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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어디서 빼오나”…국민연금, 대체투자 전문가 구하기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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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조원(9월 말 기준)에 이르는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능력있는 대체투자 전문가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금융투자사들이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서 대체투자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증권가와 동떨어져 있는 기금본부가 전문인력 확보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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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지만 늘 기금운용 전문가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 조선DB



◇ 전주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재 기금본부 내 대체투자 관련 조직을 자산군별로 나누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체투자실(대체투자관리팀·기업투자팀·실물투자팀)과 해외대체실(해외사모팀·해외부동산팀·해외인프라팀)이 개편 대상이다. 기금본부는 두 실을 부동산, 인프라, 사모 등 3개 부문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문제는 조직 재정비와 함께 관련 인력도 대거 확보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인정받는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본부가 있는 전주로 오기 꺼려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체투자실도 실장이 퇴사하는 바람에 팀장급 운용역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국민연금은 고급 인재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자 대체투자부문장 자리를 신설하려던 당초 계획도 최근 철회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임에도 기금본부는 대체투자 경쟁력을 반드시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주식이나 채권 투자만으로는 더이상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는 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국민연금은 9월 말까지 대체투자 분야에서 5.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덕분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서 -5.04%의 저조한 수익률을 내고도 전체 수익률 2.38%를 유지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2010년 19조원에서 올해 약 70조원으로 점점 불어나고 있다.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최근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를 알리면서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체투자 확대 등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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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기자



◇ 여의도도 인력 쟁탈전

안 본부장의 포부에도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인재 모시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거의 모든 금융투자회사가 서울에 밀집해 있는 현실에서 기금본부만 홀로 전주에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처 산하 기관이다보니 매니저들에게 엄청난 몸값을 제시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한 민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미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전문가 쟁탈전을 한창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 누가 굳이 전주까지 내려가려고 하겠는가"라며 "여의도에도 일할 사람이 부족해 기금본부에서 데려오면 데려왔지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조직·인력 강화는 국민연금에만 해당하는 이슈가 아니다. 지난달 조직 개편을 실시한 미래에셋대우(006800)의 경우 투자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 투자금융(IB) 부문에 프로젝트개발본부를 신설했다. 또 리츠금융TF를 리츠금융본부로 승격시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003530), KB자산운용 등도 앞다퉈 대체투자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003470)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미국 경제 호황에 힘입어 높은 주식투자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국면이라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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