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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여성, 출근 땐 화장” 권한 서울시 취업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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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무관한 여성 외모 강조

“성차별적” 민원 제기되자

뉴딜일자리 교재 사용 중단

경향신문

서울시가 청년 대상의 ‘뉴딜일자리’ 교육 교재에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성차별적인 내용을 넣었다가 민원이 제기되자 교재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여성의 외모, 남성의 청결을 강조하는 내용을 교재에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 뉴딜일자리 참여자 취·창업 과정 교안’의 ‘여성 용모 복장 체크리스트’를 보면 ‘화장’ 항목에서 ‘화장을 전혀 안 하고 출근하지는 않나요’ ‘립스틱 색상은 직장인으로서 적정한가요’ ‘화장 상태가 깨끗하고 정갈한가요’라고 적었다. 여성의 화장이 사회적 시선에 적합한지 따지는 내용이다.

‘여성 체크리스트’와 ‘남성 체크리스트’를 비교해 보면 주로 남성에 대해서는 ‘청결’을, 여성에 대해서는 ‘외모’를 강조한다. 여성 체크리스트의 ‘두발’ 항목에는 ‘장식이 너무 요란해 보이진 않나요’, ‘복장’ 항목에는 ‘스커트 길이가 너무 짧거나 요란하진 않나요’, ‘손’ 항목에는 ‘매니큐어 색깔이 너무 진하지는 않나요’, ‘스타킹’ 항목에는 ‘색상이나 모양이 너무 요란하거나 화려하진 않나요’, ‘액세서리’ 항목에는 ‘너무 많이 치장하지 않았나요’ ‘지나치게 크기가 크거나 요란하지 않나요’ 등이 있었다.

‘구두’ 항목에서는 ‘질질 끌고 다니거나 지나치게 소리를 내며 걷지는 않나요’라고 묻고 있지만 남성 체크리스트의 ‘구두’ 항목에는 이 문항이 없다. 남성 용모 복장 체크리스트는 ‘얼굴’ 항목에서 ‘이는 깨끗합니까. 평소 입냄새는 나지 않나요’라고, ‘손’ 항목에서 ‘손톱이 너무 길거나 때가 끼진 않았나요’라고 묻는다. 여성 체크리스트에는 이들 문항이 없다.

서울시는 지난 5월 홈페이지와 나라장터에 ‘2018 뉴딜일자리 사업 교육 및 취·창업지원 기관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심사 끝에 한 인력공급업체를 선정했다. 업체 선정에는 19억원이 소요됐다. 심사에서는 정성적 평가(60점) 중 ‘취·창업교육’ 분야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의 우수성’ 항목이 15점을 차지한다.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 노동자에 대해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등의 조건을 제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법으로 금지하는데도 서울시의 교육 교재가 용모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는 해당 기준이 차별적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업무 환경에서 구시대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적 관행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부 업체가 개발한 교재 내용이 성차별적이라는 민원이 있어 지난달부터 이 교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 성차별적이거나 성 감수성이 낮은 내용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 업체 선정과 교육 과정도 철저히 관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뉴딜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행정사무 등을 담당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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