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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北 핵미사일 원천 봉쇄할 '레이저 요격체계'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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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레이저 무기 본격화

10㎞에서 1㎝ 오차로 신속 공격

차량·함정·항공기까지 공격가능

레이저 1회 1000원, 미사일 30억

한국, 미국에 8년 뒤져, 80% 수준

최근엔 광섬유레이저에 관심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우주전쟁 첨병으로 떠오른 레이저 무기
북한 탄도미사일을 막을 레이저 무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독일과 러시아 등이 뛰어들었다. 몇 초 만에 전투기나 미사일, 드론, 포탄을 요격하는 것은 물론 함정이나 지상 표적까지도 녹여 파괴한다. 우주전쟁 공상영화 ‘스타워즈’에서나 본 듯한 모습이다. 장갑차와 트럭이나 함정에서 발사할 수 있는 레이저포는 벌써 배치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10년쯤 뒤 스텔스 전투기 F-35에도 레이저포를 장착할 전망이다. 한국도 북한 소형 무인기를 요격할 레이저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레이저 무기 개발에 군사 선진국들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양상이다. 선진국들이 레이저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빛의 속도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어서다. 10㎞ 밖에서 1㎝ 오차로 정확하게 공격해 상대방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래서 탄도미사일처럼 속도가 빠른 무기를 요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신속-정확-치명성 원칙에 딱 들어맞고, 레이저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은밀성까지 만족하게 한다. 일반 폭탄처럼 2차 피해가 없다.

레이저는 한번 발사 비용이 불과 1000원 내외로 싸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공군 패트리엇은 1발에 30억원이다. 포탄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 돔도 1발에 6000만원의 고가다. 이런 장점으로 레이저는 EMP탄(전자기파로 무능화)·레일건(전자장으로 고속의 탄을 발사), 인공지능·무인체계 등과 함께 전장을 좌우할 차세대 무기로 꼽힌다. 선진국으로선 확실한 기술 격차로 군사 후발국의 대규모 전투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상쇄전략의 일환으로 레이저를 활용하고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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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미국의 메이맨이 개발한 레이저는 66년 무기로 전환 가능성이 검토됐다. 레이건 미 대통령이 1983년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기 위한 ‘별들의 전쟁’ SDI를 추진하면서 본격화했다. 인공위성에 레이저 무기(SBL: Space Based Laser) 를 실어 소련의 위성과 ICBM을 요격한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화학레이저 무기를 보잉747에 장착한 레이저포(ABL: Airborne Laser)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도 했다. 미국은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ABL사업에 6조원을 쏟아부었다가 사업을 취소했다. 미국은 ABL을 위해 2000년대 초반 한반도 상공의 대기까지 측정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에다 독성이 심하고 군수지원이 복잡한 화학레이저는 한계를 맞아 2012년 사업을 접었다. 화학레이저는 400㎾ 수준의 강력한 레이저를 만들지만, 유독한 요오드와 산소 등을 사용해 문제가 된 것이다. 그 때문에 안전한 광섬유 또는 고체레이저로 방향을 바꿨다. 광섬유 방식은 현재 기술로 100㎾ 이하의 레이저를 뽑아낼 수 있다. 100㎾의 위력은 철판을 절단하는 산업용 레이저(100W)의 1000배다. 한국도 이런 추세에 따라 1999년부터 북한의 방사포를 막기 위해 화학레이저 요격체계 개발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ABL사업 취소로 주춤해졌다. 그러나 2014년 북한의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 개발을 재개했다.

레이저 무기의 선두주자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 레이시온은 2014년 30㎾급 광섬유레이저를 해군 폰스함에 처음 배치했다. 지난해 7월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실시한 환태평양 합동해상훈련(RIMPAC)에서 폰스함의 레이저포로 드론을 공중 요격하는 시범을 보였다. 미 해군은 폰스함의 개량형 레이저포를 항공모함과 스텔스 구축함에 장착해 중국 탄도미사일을 막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2015년엔 록히드 마틴이 ATHENA라는 레이저포를 트럭에 장착해 1.6㎞ 밖의 차량을 파괴했다. 지난해는 이 레이저 성능을 두배(60㎾)로 올렸다.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2030년까지 F-35에 100㎾급 레이저포를 부착해 미사일과 적기를 요격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제너럴 아토믹이 개발한 HELLADS는 150㎾급의 강력한 레이저포를 수송기와 전략폭격기에 달아 공대공 및 지대공 미사일 요격과 지상공격도 추진하고 있다. AC-130 수송기로 실험과정도 거쳤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란 등 사방에 적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포탄과 미사일을 아이언 빔으로 방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이 개발한 이 레이저 무기는 사거리가 7㎞다. 애로3-애로2-다비드 슬링-아이언돔 등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더하여 최하층의 포탄 방어막을 구축할 계획이다. 독일 라인메탈도 20㎾급 레이저 4개로 80㎾급 무기를 만들어 함정에 사용할 전망이다. 영국 BAE 시스템스는 10년 안에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확보할 방침이다. 여기에 질세라 러시아는 지난 5일 페레스벳이라는 차량 탑재용 레이저포를 실전에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제원은 철저히 비밀이다. 중국은 지난 7월 800m 떨어진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레이저 소총을 개발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무게가 3㎏으로 AK-47 소총과 비슷하지만, 그 성능은 종이를 태우거나 상대방의 눈에 치명상을 입히는 대테러용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8년 정도 뒤졌다고 한다. 기술 수준으로는 미국의 80~90%로 추정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99년부터 북한 장사정포 로켓포탄을 요격하기 위해 100㎾급 화학레이저를 개발했다. 그러나 화학레이저의 독성 등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2008년부터 고체레이저 개발로 전환했다. 최근엔 광섬유레이저에 관심을 갖고 있다. ADD는 지난 7월 광섬유 생산업체인 대한광통신과 고출력 레이저용 광섬유 제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40㎾ 이상 고출력 레이저를 모아 표적으로 보내는 반사경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레이저 부품 기술 수준은 낮다. 레이저 개발업체는 한화를 필두로 LIG넥스원, 두산중공업, 고등광기술연구소 정도인데 업체 자체의 투자능력이 제한돼 ADD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다량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을 맞대고 있는 한국 현실을 보면 우리 군의 대비는 심각하게 빈약하다. 북한 핵미사일 방어용 요격 미사일은 너무나 부족하고, 엄청난 예산이 더 필요하다. 북한이 본격적인 핵전략을 구사하면 한순간에 수백만 명이 희생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미사일 요격용 레이저 개발은 착수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의 레이저 전문가는 “북한 탄도미사일 동체에 고성능 레이저를 쪼이면 신속하게 공중에서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고고도 무인기에 레이저를 장착하면 상승단계에서 속도가 늦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해 원천봉쇄할 수도 있다고도 한다. 이런 안보 상황에 따라 북한 핵미사일을 상쇄할 수 있는 레이저 요격체계 개발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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