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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달래기 나선 中… 갈등 핵심 ‘중국제조 2025’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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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부품 국산화율 목표 삭제
외국기업에 좀더 문호 열어 中에도 자원낭비 줄어 이득
지도부 개혁의지도 되살듯.. "시늉에 불과" 비판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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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베이징=송경재 기자 조창원 특파원】중국이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 수정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 국내 산업 육성책이 '자원 낭비'를 부른다는 비판이 있었던 터라 미중 무역협상을 계기로 개선이 이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부내용이라면서 '중국제조 2025'는 근본적으로 변한다기보다 미국을 달래기 위한 '화장' 수준의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국기업 시장접근 확대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경제계획 담당 부서와 고위 정책 자문들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산업정책 청사진인 '중국제조 2025'를 대체하게 될 산업정책 개선안 초안을 작성 중이다. 로봇부터 정보기술(IT), 청정에너지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2025년 첨단 산업 세계 리더가 된다는 중국제조 2025가 미중 무역전쟁의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제조 2025는 국내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장려하고, 외국 협력사들에는 기술 이전을 강제해왔다.

소식통들은 개정안은 중국이 세계 제조업을 장악한다는 야심을 낮추는 대신 외국 기업들에 문호를 더 여는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요구에 맞춰 중국이 한 발 물러서는 것을 검토하는 주요 항목은 목표치를 없애는 것이다.

현재 중국제조 2025는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는 40%, 2025년까지는 70%로 높이는 것이지만 이같은 목표치가 아예 사라지게 됨을 뜻한다. 중국제조 2025가 본격 실시되면 시장에서 점차 배격될 운명이던 외국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개혁 재시동, 中에도 이득?

미국이 그동안 주장했던 것처럼 중국제조 2025 개선은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 자원낭비를 줄이고, 지도부의 경제개혁 재시동이 가능해지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경제보좌역인 류허 부총리 등 일부 중국 고위관계자들은 그동안 중국제조 2025가 자원낭비를 부른다며 비판해왔던 터라 변경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년간의 정부 지원에 힘입은 저금리 대출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극심한 과잉설비를 불렀다는 점을 사례로 꼽고 있다.

또 소식통에 따르면 개선안은 이전보다 더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짜여지기 때문에 제조업 부문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로도 작동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성과도 나아지고, 중국 지도부의 개혁 의지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이 강조해 온 고품질 성장으로 전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선안은 아울러 미 행정부가 이전부터 무역협정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 '경쟁 중립성(competitive neutrality)' 원칙도 도입하게 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경쟁중립성 원칙의 핵심은 정부가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또는 외국 기업들 차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적용되면 국영기업이나 민간기업, 외국기업 할 것 없이 공정한 기준에 따른 경쟁이 가능해진다. 이는 경제에서 정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속해서 높인 지난 수년간의 중국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이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중국은 국영기업 비중을 높이는 대신 민간기업과 외국 기업들의 비중을 계속해서 낮춰왔다. 경쟁중립성 원칙은 최근 3국 비준이 끝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 3국 무역협정(USMCA)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항목이기도 하다.

■"별 개선 없는 화장수준"

그러나 WSJ은 수정안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중국은 실질적으로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고, 개선안은 미국의 요구를 따른다는 시늉을 하기 위한 '화장'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제조 2025로 중국 관료를 상당수와 국영기업들이 막대한 정부자원이라는 화수분에 손을 담그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이같은 특권을 순순히 포기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에 선뜻 자신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미 정부 관계자들 역시 중국의 개선안을 화장에 가깝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미 상공회의소 중국연구소장인 제러미 워터맨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한 국제적인 불만에 제대로 대처하는지는 보조금, 정부 규격·기준 설정, 정부조달 등 세밀한 내용 변화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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