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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재인 사진 불 지를수도" 우군 협박에 속끓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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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이 공부를 많이 한 줄 알았는데, 인간공부를 덜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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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농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의원실에서 '밥 한 공기 300원,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 직불제 개편 규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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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6시 반, 국회 의원회관 10층 이해찬 의원실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김재욱 광주전남의장은 “손님이 왔는데 얼굴을 내비치는 게 예의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전농 소속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약 1시간 반 동안 의원실 안팎에서 농성을 했지만, 집무실에 머물던 이 대표는 오후 6시쯤 당직자와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응대 없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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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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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밥 한 공기 300원 보장’이라고 적힌 손팻말이 곳곳에 보였다. 민주당 김성환 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대변인, 농민 출신인 김현권 대외협력위원장 등의 설득 끝에 농성은 풀었지만, 전농 측은 추후 따로 면담 일정을 잡아 다시 방문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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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위에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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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목표가격은 정부가 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변동형 직불금’의 기준선이다. 정부는 쌀의 시장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내려가면 그 차액의 85%만큼 농가에 지급한다. 목표가격이 올라갈수록 농가가 받는 직불금도 늘어난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달 8일 당정협의를 갖고 현행 18만8000원(80㎏)인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전농 등 농민단체의 요구는 24만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완주 의원은 “지나치게 높아지면 과잉 생산에 따른 산지값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농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당시 쌀 목표가격 공약(21만원)보다 후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전농 회원은 ”민주당은 5년 전 21만원으로 하자는 법안도 발의했다. 최소 20만원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광석 전농 정책위원장은 “내년 농업 예산이 1.1% 올랐는데, 목숨처럼 생각하는 변동형 직불제 예산은 오히려 깎였다. 지난달 농식품부에 직불제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제안했는데 연락도 없다”며 “농민들이 문재인 사진을 걸어 놓고 불을 지를 수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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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1100만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각당 원내대표들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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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친정부 성향의 이익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국회 경내에 진입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민노총 소속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단’은 지난달 14일 “이 대표, 홍영표 당 원내대표와 얘기하고 싶다”며 국회 본청 앞에서 기습 시위를 했다.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자 국회 경비대원과 방호과 직원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 대표 등은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고,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장연) 회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점거 농성을 했다. 이들은 “발달장애 가족들을 살려달라” “대통령이 약속한 돌봄서비스 예산을 증액하라”고 촉구하다 퇴거당했다. 실세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점거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노총 소속 금속노조 한국지엠(GM)지부 노조원 50여 명은 지난달 8일 “회사의 법인 분리 결정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며 인천 갈산동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사무실에 진입해 약 2주간 점거 농성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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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학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자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이를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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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의 주체가 노조와 농민단체 등 정권 창출을 도왔고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우군(友軍)’이기에 민주당으로서는 마냥 외면하기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매번 만나주면서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도 곤란한 형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노총이든 어디든 가능한 한 직접 만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엔 변함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각 단위에서 난입해 점거부터 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하면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윤성민·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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