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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호랑이' 윤석헌 금감원장의 석연찮은 행보...공식일정 잇따라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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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내부 시상식 돌연 취소·불참

“금융위-금감원 갈등 속 불편한 심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예정했던 일정을 잇따라 취소하며 기자들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윤 원장의 석연찮은 행보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갈등설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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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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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기로 했던 송년 기자간담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이다.

이날 오전 금감원 건물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유공자 시상식’에도 윤 원장은 당초 계획을 바꿔 불참했다. 교수 시절부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던 윤 원장의 소신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윤 원장이 지난 5월 취임 이후 예정했던 일정을 급하게 취소한 경우는 드물다. 지난 8월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연기한 게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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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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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윤 원장이 기자들을 만나면 질문 공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내부 의견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윤 원장이 소신 발언을 하면 양측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고심 끝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도 좋지 않고 조직개편이나 인사ㆍ예산 등 처리되지 않은 문제가 많아 윤 원장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내부 기류도 심상치 않다. 한 간부는 “전임 원장 두 명(최흥식ㆍ김기식)이 잇따라 사임한 뒤 윤 원장이 취임하면서 조직도 안정되고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그런데 올해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자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금감원이 C를 받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C등급을 받으면 임직원의 성과급이 삭감된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 상급기관인 금융위를 해체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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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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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이 금감원에 예산삭감과 인력감축을 요구한 것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금감원의 경영개선 노력이 미흡하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모두 원치 않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융위의 통제는 다소 약해지고 공운위의 권한이 세진다. 올해 초에도 공운위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고 했지만 최 위원장의 요구로 1년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호랑이'라는 별명의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금융감독의 독립성에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 만일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되면 독립성이 침해될 것으로 우려한다. 그렇다고 윤 원장이 예산삭감과 인원감축 등 최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내부 반발이 거셀 것이 뻔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지론으로 하는 윤 원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며 “소신이 강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성품이라 어떤 결정을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정완ㆍ김태윤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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