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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 ‘중국제조 2025(첨단산업 육성책)’ 완화 준비…미 “문제는 기술 도둑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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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 참여 확대 등 미·중 무역협상 몸 낮추기 분석

지식재산권 문제 등 협의 분위기 속 미국 반응 ‘미지수’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촉발된 핵심 배경으로 평가되는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계획 수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굴기의 목표를 낮춰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최고 정책 입안 기관과 고위 정책 당국자들이 중국제조 2025 대체안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체안은 첨단 제조업 지배 목표를 낮추고 외국 기업들의 참여를 더 허용하는 게 골자라고 전했다.

중국이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통신장비, 항공우주, 전기차, 반도체 등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2025년까지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해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중국산 핵심 부품 비중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수정안은 이 같은 자급 목표를 낮추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늘리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중국은 대체안을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본격화될 내년 초에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은 또 경쟁중립 개념에 기초해 국영기업과 일반 기업, 외국 기업 간의 보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발표도 준비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지방정부에 대한 새로운 지침에서 ‘중국제조 2025’라는 용어를 삭제했다면서 이 계획을 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이 이 프로젝트의 일부 목표 시한을 2035년으로 10년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해외 파트너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 공정경쟁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1차 25% 관세 부과 품목도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견제하는 데 맞춰졌다. 중국의 수정안 마련은 미국을 향한 화해 제스처로 평가된다.

미·중 정상은 지난 1일 ‘90일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공산품 등의 수입을 늘리고, 중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의무적 기술이전 요구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춘 데 이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시작했다. 미국 대두수출협회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산 대두 150만~200만t을 구매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을 경우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중국제조 2025와 관련해 “우리는 그들이 첨단기술에 더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정말로 반대하는 것은 기술기밀을 훔치거나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따위의 행태”라고 밝혔다. 중국의 기술굴기가 아니라 기술 도둑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로스 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크게 반응하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짐짓 저평가해왔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많이 언급하지 않는 게 그것을 포기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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