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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신혼특공 늘었다는데...‘애 하나’론 명함도 못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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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자녀 당첨사례 없어

59㎡이상 2자녀도 경쟁 치열

신혼기간 5→7년 연장 영향

공급부족, 희망타운에 기대

헤럴드경제

[사진=최근 분양한 은평구 ‘녹번역 힐스테이트’ 견본주택]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 서울에서 딸 둘을 키우며 사는 A(38) 씨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미끄러졌다. 가점제가 적용되는 일반공급에 도전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신혼 특공)에 기대하고 있는데 자식 둘을 믿고 내민 도전장도 소용이 없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신혼 특공 비중을 확대했지만 서울의 경우 물량 자체가 워낙 적은 탓에 A 씨처럼 2자녀를 둔 부부도 좀처럼 당첨 기회를 잡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없거나 1자녀를 둔 부부에게는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신혼 특공 비중이 전체 공급 물량의 10%에서 20%로 확대된 이후 서울 분양 아파트에서 1명 이하의 자녀를 둔 부부가 특공에 당첨된 경우는 거의 없다. ‘녹번역 힐스테이트’ ‘노원 꿈에그린’ ‘고덕 자이’ ‘신길 파크자이’ 등은 모두 최소 자녀 둘을 가진 사람들이 당첨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부 둘이 살기도 버거운 전용 40㎡미만 초소형 아파트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59㎡ 이상 면적은 자식 둘은 있어야 명함을 내밀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혼 특공은 자녀수가 당락 핵심 기준이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만 1순위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 1순위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자녀가 없는 2순위 부부는 기회가 없다. 최근 분양한 ‘녹번역 힐스테이트’의 경우 1순위에서 평균 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에서 경쟁이 벌어질 경우 해당 주택건설 지역 거주자 가운데 자녀가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3자녀 이상을 가진 부부가 가장 경쟁력이 있지만 결혼 7년 이내에 3자녀까지 갖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그나마 있더라도 다자녀 특별공급으로 분산된다. 나머지는 모두 2자녀를 둔 부부들이 추첨을 통해 경합을 벌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신혼부부 특공은 사실상 ‘2자녀 특공’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신혼’ 자격을 ‘결혼 5년 이내’에서 7년으로 늘려주면서 2자녀 신혼부부가 늘었고, 이 때문에 자녀수가 적은 ‘진짜 신혼부부’들은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혼 특공 비중이 확대된 이후 서울에 공급된 특공 물량은 841가구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 서울의 결혼 5년 이내 무주택자(재혼 제외)가 14만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산술적인 경쟁률이 166대1이다.

다만 신혼희망타운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 ‘진짜 신혼부부’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혼희망타운은 청년층의 결혼 장려를 위해 예비 및 결혼 2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전체 물량의 30%를 우선공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탈락할 경우 2단계로 전체 신혼부부가 나머지 70% 물량을 놓고 경합하는 기회가 추가로 주어지기는 하지만, 이때는 자녀수와 무주택기간에 따라 가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당첨 기회가 다시 작아진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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