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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화웨이의 황태녀' 멍완저우…직원은 20년간 정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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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

※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용감은 두렵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마음속에 신념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6년 9월 베이징 칭화(淸華)대 대강당. 멍완저우(孟晩舟·47) 화웨이(華爲)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학생 800여 명 앞에서 5년 전 동일본 대지진 당시를 떠올리며 신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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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화웨이 CFO가 지난 2016년 칭화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心聲社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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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 네팔 지진 당시 화웨이 직원은 뛰쳐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고객을 포기하지 않고, 고객을 버리지 않고, 고객 주머니의 돈만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고객의 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옵니다.”

2011년 3·11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후쿠시마(福島) 원전 파손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될 때 멍완저우는 일본행 항공기를 탔다. “다른 통신 설비 공급업체가 일본을 떠날 때 화웨이는 잔류를 선택했습니다. 지진 발생 일주일 뒤 홍콩에서 일본행 여객기를 탔습니다. 대형 항공기에 승객은 나를 포함해 두 명이었습니다. 대표처에서 회의 도중 여진이 일어났습니다. 모두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지만, 곧 습관이 됐습니다. 화웨이 엔지니어들은 방호복을 입고 후쿠시마로 향했습니다. 통신설비를 수리했습니다.”

일본 대지진 때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으로 향했던 게 멍완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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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후계 0순위 명완저우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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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단체 사진. 앞줄 왼쪽 두번째가 멍완저우, 뒷줄 분홍색 셔츠를 입은 이가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다. [사진=화웨이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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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국 통신업계에 4대 문파가 탄생했다. 첫째, 쥐룽(巨龍). 거대한 용이란 뜻이다. 둘째, 다탕(大唐).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로 평가되는 당나라 앞에 클 대(大)를 붙였다. 세째, 중싱(中興). 중화의 부흥을 뜻한다. 넷째, 화웨이(華爲). 중화의 행동이란 의미다. 중국의 굴기(崛起)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는 말이다. 인민해방군을 퇴역한 런정페이(任正非·74)가 1987년 한국 돈 300만원으로 세웠다. 이 네 기업의 첫 글자를 따면 ‘거대중화(巨大中華)’란 의미심장한 단어가 나온다.

화웨이는 형식상 100% 민영회사다. 런정페이가 1.4%로 유일한 대주주고 나머지 지분은 종업원이 갖고 있다. “상장하면 주주들이 돈벌이만 독촉한다”며 런정페이는 비상장을 고집한다.

멍완저우는 1993년 화웨이에 입사했다. 안내원, 타자수, 전시회 보조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창사 초기 회사 내 비서 3명 중 한 명이었다. 1998년 화중이공대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재무통으로 성장했다.

2013년까지 런정페이의 딸이란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2011년 CFO로 승진한 뒤 올 3월 경영진 교체 때 런정페이가 사임한 부회장 직함을 승계했다. 그러면서 멍완저우가 런정페이의 후계자이자 그룹의 황태녀(皇太女) 임이 각인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11년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대규모 정부보조금을 받고 정부를 위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에는 미 하원이 화웨이 보고서를 내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멍완저우 당신이 이겼소” #중국 네티즌 격려·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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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대표가 8일 웨이보에 올린 ‘멍완저우 당신이 이겼소’라는 글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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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멍완저우. [사진=환구망]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은 11일(현지시간) 멍완저우의 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을 나선 멍완저우는 SNS에 “화웨이와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물론 캐나다 법원은 멍완저우의 미국 인도 심리를 계속 이어간다. 출두 명령을 받은 2월 6일 미국 인도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크다. 인도될 경우 멍은 최대 30년 형도 각오해야 한다. 화웨이 후계 구도에서 탈락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멍완저우에 열광했다. 지난 8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문 대표가 “멍완저우 당신이 이겼소”란 글을 퍼올렸다. 차이징야오찬(財經要參)이란 블로거가 보석 청문회 첫날 멍완저우의 모습을 칭찬한 글이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찬사가 담겼다.

“‘화웨이의 가장 대단한 여인’이란 칭호가 무색하지 않았다”, “멍완저우가 아직 법정에서 승리를 확정 짓지는못했지만, 그의 모습은 자신이 승리했음을 웅변했다.”

“‘인간이 파멸 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말에 비춰보면 멍완저우는 이미 승리했다.”

“런정페이가 이끄는 화웨이는 사태를 확대·첨예화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여론전을 발동하지 않았다. 법률을 믿고 상대적으로 평온한 사법체제 안에서 해결을 선택했다.”

네티즌 216만 명이 이 글을 퍼 날랐고 격려 댓글이 쇄도했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내부에 ‘블루 아미(藍軍, Blue Army)’란 조직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끊임없이 화웨이를 공격하는 게 부서 임무다. 외부 공격에 항체를 만들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이번 공격 대응에 화웨이의 ‘블루 아미’가 대응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부전여전 #멍완저우보다 열 살 어린 세번째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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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공식 페이지에 올라있는 멍완저우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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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는 어머니의 성을 따랐다. 2013년 인터뷰에서 “내 이름은 16살 때 스스로 바꿨다. 모친의 성을 따랐다. 남동생은 런핑(任平·40)이다. 현재 화웨이 산하의 후이퉁(慧通·Smartcom)에 다닌다”고 설명했다.

중국 속담에 호부무견녀(虎父無犬女)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 아래 강아지처럼 순한 딸은 없다”는 ‘부전여전(父傳女傳)’의 의미다. 결혼 생활도 부녀가 비슷하다.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는 결혼을 세 번 했다. 첫 부인 멍쥔(孟軍)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큰딸이 멍완저우, 아들은 런핑(任平)이다. 멍쥔의 부친, 즉 런정페이의 첫째 장인인 멍둥포(孟東波)는 화동군정위원회 부비서장, 야금(冶金)부 기초건설사 사장(국장 격), 쓰촨(四川)성 부성장 등을 역임한 고위 관료다. 런정페이는 일찍이 장인의 영향을 받아 딸에게 외가 성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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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의 이복 여동생 야오안나.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무도회로 국제 사교계에 데뷔했다. [르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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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의 둘째 부인은 야오링(姚玲)이다. 사이에 딸 야오안나(安娜, 영문명 Annabel Yao·20)를 뒀다. 지난달 24일 파리에서 열린 무도회 ‘발 데 데뷔탕트’로 국제 사교계에 데뷔했다. ‘르발’로도 불리는 이 행사는 전 세계 16~22세의 여성 명사 25명 가량만 참가가 허락된다. 전 세계 VVIP 자제들의 선망 대상이다. 야오안나는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 공학과 통계데이터를 전공하고 있다.

런정페이의 셋째 부인은 80년대 생이다. 청두(成都) 전자과기대를 졸업한 쑤웨이(蘇薇)다. 멍완저우보다 십여살 어리다.

#보석 보증인 류샤오쭝은 몇 번째 남편 #네 아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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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의 캐나다 신분증




7일 멍완저우 보석 심리가 시작되던 날 멍완저우의 현 남편 류샤오쭝(劉曉棕)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가족도 공개했다. 남편 류샤오쭝, 10살 딸과 살고 있다고 했다. 전 남편과 14, 16, 20살의 아들이 있다고도 밝혔다.

멍완저우의 변호사 데이비드 마틴은 남편과 딸이 모두 밴쿠버에서 생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나다 법원은 류샤오쭝이 내년 2월 만료되는 방문 비자만 소지하고 있다며 보석 보증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류샤오쭝 역시 화웨이 출신이다. 1996년 대학 졸업 후 화웨이에 입사했다. 중국 국내 마케팅 담당에서 해외 시장 담당으로 영업직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쳐 자회사 대표로 승승장구했다. 랴오닝(遼寧)성 영업 책임자도 역임했다. 2001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멕시코에 파견되기도 했다.

그는 화웨이 근무 10년 동안 “일개 대학생에서 지방 제후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2006년 화웨이를 나온 류샤오쭝은 친구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06년 선전(深圳)에서 와인을 수출입하는 무역회사를 세웠다. 올 초 대규모 증자를 했지만, 곧 문을 닫았다.

멍완저우와 류샤오쭝의 결혼 연도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2013년 멍-류 부부는 충칭(重慶)의 더푸(德普) 외국어 학교를 설립했다. 고급 사립학교다. 2015년 정식 개교했다. 2016년 개교 1주년을 맞아 부부가 공개 강연에 참석했다. 류는 미국 켈로그대 MBA 과정을 졸업했다. 칭푸투자는 2015년 10월 홍콩에서 세워졌다.

첫째 남편은 한때 화웨이 이사진인 쉬원웨이(徐文偉·54)로 알려졌지만 멍완저우가 과거 인터뷰에서 부인했다. 2013년 중국 경제전문지 ‘21세기경제보도’와 인터뷰에서 “내 남편이 쉬원웨이라는 말을 들었다. 선전시 본사의 화웨이 직원 이외에는 사실로 여기지만 사실 남편은 통신업체 사람이 아니다. 10살 아들과 4살 딸이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16살과 20살 아들의 친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반중(反中) 매체에서는 류샤오쭝이 멍완저우의 네 번째 남편이란 설도 나온다고 보도하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인 밴쿠버’ #초호화 맨션 두채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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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가 소유한 밴쿠버 웨스트 28번가의 고급 맨션. [사진=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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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는 벤쿠버에 두 채의 고급 맨션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 10월 웨스트 28번가에 시가 560만 캐나다 달러(47억원) 상당의 3층 맨션을, 2016년 5월에는 밴쿠버 최고 부촌인 쇼너시에 자리한 매튜스 애비뉴에 1630만 캐나다 달러(13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샀다. 공교롭게 멍완저우 체포의 이유가 된 이란 커넥션에 연루된 은행 HSBC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매튜스 애비뉴 맨션의 면적은 747㎡로 현재 리노베이션 중이다. 347㎡ 면적의 28번가 건물은 세인트 조지 사립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자녀 교육용으로 산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멍완저우는 캐나다 이민자였지만 2009년 영주권을 포기했다. 28번가 맨션을 구입한 해다. 단 마틴 변호사는 “멍완저우는 (캐나다) 의료보험 카드를 가졌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신분증도 소지했다. 사회보장보험 번호도 있다. 캐나다와 역사적으로 연계돼 있다”며 보석을 요청했다. 청문회에서는 올여름 류샤오쭝 부모, 아이들과 함께 밴쿠버에서 찍은 가족사진도 다수 공개했다.

SCMP는 중국계 백만장자 이민자들이 현재 캐나다를 떠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최근 인구 센서스에서 40% 이상이 캐나다를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역이민에도 보통 자녀와 부인은 캐나다에 남는다. 밴쿠버가 여전히 중국 ‘나관(裸官·해외로 가족을 도피시킨 관리)’의 탈출구이자 중국 갑부의 해방구인 이유다. 2015년 밴쿠버 부촌인 웨스트사이드의 6개월간 부동산 거래 가운데 구매자의 66%가 순수 중국인 명의로 밝혀졌다. 캐나다 달러 300만 달러(25억원) 이상의 거래로 범위를 넓히면 중국인 비율은 85%로 올라간다.

멍완저우의 캐나다 영주권 포기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멍이 소지한 8개의 복수 여권이 어떤 특혜를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중국 국적법 9조에 따르면 중국인의 외국 귀화는 중국 국적 포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멍완저우는 국적법을 비껴갔다. 일각에선 스파이 혐의도 제기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화웨이의 황태녀 멍완저우는 누구

베일에 싸인 화웨이 2인자, 미국-중국 갈등의 중심에 서다

Q1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멍완저우는 어느 기업의 창업주 딸일까요?

Q2 :멍완저우 부친 런정페이는 다음 중 어느 조직 출신일까요?

Q3 :미국이 멍완저우를 체포한 혐의는 어느 나라와 관계될까요?

Q4 :멍완저우가 호화주택을 소유하며 거주했던 도시는?

-정답확인 : http://news.joins.com/article/olink/22797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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