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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SC] 통영에서 서산까지…대한민국 굴 로드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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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제철음식&굴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굴은 제철

통영·거제·고흥·여수·보령·서산 등

여행객이 찾는 굴 생산지

굴 상식 알고 떠나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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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비스마르크, 나폴레옹. 이들의 식욕엔 공통점이 있다. 아침 식사로 굴을 50개 이상 먹었을 정도로 즐겼다. 열량은 낮지만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굴은 지금이 제철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허영백 박사는 “11월과 12월 생산하는 굴도 맛있지만, 이듬해 2~3월 생산하는 굴도 먹기 좋다”고 한다. 경남 통영과 거제, 전남 고흥과 여수, 충남 보령, 서산 등지에선 굴 채취선이 바쁘다. 굴 까는 아낙네의 손길도 덩달아 분주하다. 최근엔 아이 얼굴만 한 바윗굴, 고흥 바닷가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굴 등이 회자되면서 굴의 매력에 빠진 이가 늘었다. 서울엔 ‘펄쉘’ 등 굴 전문 바도 생겨나는 추세다. ‘스텔라 마리스’, ‘클레오’ 등 독특하게 양식한 굴 브랜드도 생겨났다.

먹거리는 제철에 먹어야 오롯이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미식가들은 너도나도 봇짐을 챙겨 남쪽으로 서쪽으로 맛 여행길에 나선다. 굴 맛집 정보를 챙겨 떠난다. 하지만 굳이 방송 등을 타 긴 시간 줄 서야 하는 맛집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굴 생산지엔 쪼글쪼글 주름진 손으로 정성스럽게 굴을 까 파는 할머니들의 노점이 즐비한 재래시장이 있다. 할머니들의 손길이 묻은 굴도 맛나다. 떠나기 전에 굴에 대한 상식을 익히고 가면 더 맛있다. 그래서 ESC가 ‘대한민국 굴 로드’를 준비하면서 ‘굴 상식 큐엔에이(Q&A)’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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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언제부터 한국에서 굴을 먹기 시작했나?

A 고서 기록을 보면 선사시대부터 굴을 채취해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개무지’라는 용어는 굴을 주식으로 먹었다는 단적인 증거다. 고려시대에도 석화 껍데기를 ‘모려’라고 부르며 약용으로 썼다. 19세기 초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궁중에서 즐겨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굴 양식이 발전한 때는 구한 말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양식 굴 생산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Q 굴을 즐겨 먹은 나라와 먹기 시작한 때는?

A 양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퍼져있는 굴 종류만 해도 120종이 넘는다. 우리나라에는 9종 정도가 생산된다. 참굴, 낙동강 하구의 강굴, 고흥 인근 해창만의 벗굴, 남서해안의 털굴, 남해안에 서식하는 바윗굴 등이 있다.

미국에서 최초의 굴 전문 레스토랑은 1763년 뉴욕에 생겼고, 19세기엔 전역에 퍼졌다. 유럽 굴 역사는 미국보다 앞선다. 서기 69년 로마 황제 아울루스 비텔리우스가 즐겼다. 프랑스 루이 14세 등 유럽의 상류층도 자주 먹었다. 기원전 1세기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에선 굴 양식을 시작했다는 기록도 있다.

Q 자연산 굴과 양식 굴의 차이는?

A 엄밀히 말하면 큰 차이는 없다. 양식 굴도 인위적인 사료가 아닌 자연에서 생성되는 먹이를 섭취해 성장한다. 단지 잘 자랄 수 있는 시설에서 키우는 것일 뿐. 자연산은 자라는 기간이 길고 장소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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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굴을 대량으로 사서 남았을 때 보관법은?

A 양식장에서 굴을 따면 세척 후 10kg씩 망에 넣는다. 약 80%는 경매를 통해 유통되고, 20%는 양식장에서 판다. 도매시장이나 작업장에서 탈각(하프 셸. 굴의 껍데기를 반만 깐 상태)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하프 셸’은 보관이 쉽지 않다. 구매 직후 바로 먹거나 알굴(굴 알맹이를 껍데기에서 떼어 낸 굴)로 만들어서 냉동보관을 하는 것이 좋다. 패각굴(굴 껍질이 완벽히 붙어 있는 굴)은 물을 적신 냅킨을 굴 위에 올린 뒤 통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2~3일 정도는 신선도가 유지된다.

Q 질 좋은 굴을 고르는 법은?

A 알이 통통하고, 살이 우윳빛인 굴이 좋다. 강굴은 날개(굴 살의 바깥 부분)가 까만 것이 좋지만, 색깔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맛의 큰 차이가 없다. 패각굴은 굴 망을 들어봤을 때 묵직한 것이 수율이 좋을 확률이 높다.

Q 굴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A 굴이 신선하다면 물에 살짝 헹궈 그 자체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생굴은 살짝 간장을 뿌린 뒤 쪽파, 참기름과 고추냉이를 얹어 먹어도 좋다. 작은 굴은 숟가락으로 퍼먹는 게 별미다. 레몬, 후추, 고급 식초 등을 뿌려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후추만 뿌려 먹어도 굴의 향을 즐길 수 있다. 쪄 먹기를 추천하는 이들도 많다.

Q 굴과 잘 어울리는 술은?

A 굴은 화이트와인이나 샴페인과 어울린다. ‘굴에는 샤블리(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 지방에서 생산하는 화이트와인)’라는 말이 있다. 이탈리아 토착 품종 가르가네가로 만드는 소아베(이탈리아 한 지역) 화이트와인도 잘 어울린다. 가벼운 과실 향과 산미가 굴과 잘 맞는다. 이탈리아 남부의 레몬 리큐어 리몬첼로를 곁들이는 것도 별미다. 다소 비린 굴의 풍미와 리몬첼로의 상큼한 향이 잘 어울린다. 사과 품종 ‘레드 러브’로 한국에서 생산하는 와인 ‘추사 로제’도 곁들일 만하다. 사과 향이 굴의 향미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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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mh@hani.co.kr·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도움말 국립수산과학원 허영백 박사, <오이스터하우스> 최시준 대표,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 최정욱 소믈리에

참고문헌 <어 셀레브레이션 인 더 로 오이스터스>(A Celebration in the raw oysters>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겨울철 제철 식재료다.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붙은 별명이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굴을 ‘석화’로 부르기도 한다. 굴 생산지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먹는 굴 종류는 ‘참굴’이다. 9월부터 수확을 시작하지만 보통 11~2월을 굴의 제철로 본다. 김장 속 재료나 국요리, 젓갈 등에 쓰이던 굴은 최근 고급화해 오이스터 바나 유명 레스토랑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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