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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ech & BIZ] 달리는 오토바이·스테이크를 '뚝딱' 만드는 3D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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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스페인의 생명공학 분야 스타트업인 노바미트는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소고기와 닭고기 식감을 모방한 스테이크를 3D(입체)프린팅 하는 데 성공했다. 외신에 따르면, 노바미트는 쌀·완두콩·해조류 단백질을 이용해 실제 고기처럼 붉은색을 띠는 페이스트(반죽)를 소재로 사용했다. 여기에는 세포조직 공학 기술 등이 활용됐으며, 스테이크 100g을 출력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시간은 더 줄어든다는 것이 노바미트 측 설명이다.

3D프린팅을 음식에 적용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비헥스는 3D프린팅으로 6분 안에 피자 한 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달 초 호주 멜버른에선 구강암 때문에 턱 위쪽 뼈가 약 80% 없어진 31세 여성이 3D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턱뼈를 이식받는 재건 수술에 성공했다. 의료진은 CT(컴퓨터 단층촬영)를 통해 없어진 얼굴 골격을 측정한 뒤 티타늄을 소재로 이에 맞는 인공 턱뼈를 3D프린팅 했다. 덕분에 이 여성은 자신의 얼굴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3D프린팅이 기술 진화와 함께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때 단점으로 지적됐던 느린 속도, 제한적인 크기와 소재 문제를 극복하면서 우리 실제 생활 속으로 점점 파고들고 있다.

연평균 28% 성장… 우주로까지 진출

3D프린팅이란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과 같은 소재를 분사 장치(3D프린터)에서 머리카락보다 가는 굵기 상태로 뿜어나오게 한 뒤 이를 층층이 쌓아 3차원 형태의 입체물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속도 개선과 소재의 다양화,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 확산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제조 기술과 IT(정보기술)가 결합된 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성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홀러스 어소시에이츠'는 글로벌 3D프린터 시장 규모가 지난해 94억달러(약 10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2년 262억달러(약 29조6000억원)로 연평균 2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비즈

독일 빅렙이 지난달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전기 오토바이(1)가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달 초 스페인 노바미트는 3D프린터를 통해 스테이크(2)를 만들었고, 호주 의료진은 3D프린터로 제작한 인공 턱뼈(3)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NASA는 지난달 국제우주정거장에 재활용을 위한 3D프린터(4)를 보냈다. 한국에선 이달 초 세라믹기술연구원이 유리를 소재로 하는 3D프린팅 기술(5)을 개발했다. /빅렙·노바미트·9뉴스·NASA·세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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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독일 기업 빅렙이 3D 프린팅으로 실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길이 190㎝, 높이 90㎝의 전기 오토바이 '네라'를 제작해 공개했다. 이 오토바이는 일부 전기 부품을 제외하곤 타이어, 휠, 프레임, 고정대, 안장 등 15개의 주요 구성물이 모두 3D 프린터로 만들어졌다. 타이어는 고무 대신 티타늄보다 강도가 높은 특수 플락스틱을 사용해 따로 공기를 주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배트맨이 타는 오토바이 '배트포드'를 마치 연상시키는 날렵한 디자인이다. 빅렙은 도로 운행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무게·최대 속도 등의 구체적 정보는 밝히진 않았다.

3D프린터는 지구뿐 아니라 우주 정거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경제 매체인 쿼츠에 따르면, NASA는 스타트업체인 테더스와 합작으로 개발한 3D프린터 '리패브리케이터'를 우주선에 실어 지난달 국제 유인 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다. 자원이 귀한 우주에서 필요없거나 망가진 물건을 3D프린터를 통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냉장고 크기의 리패브리케이터에는 플라스틱을 녹일 수 있는 장치가 함께 들어 있다. 녹은 플라스틱을 소재로 삼아 우주 생활에서 필요한 새로운 물품을 출력하는 '재활용 돕기' 3D프린터인 셈이다.

단점이던 소재·크기 한계도 극복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달 초 한국세라믹기술원과 뮤토랩스 공동연구팀은 유리를 소재로 활용한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유리는 정밀한 제작 공정이 필요해 3D프린터로 만들기 어려운 물품 중 하나였다. 미국 MIT가 유리 꽃병을 제작한 적이 있지만, 4.5㎜로 두꺼워 상용화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국내 연구팀은 평균 1㎜ 이하의 제품을 출력하는 데 성공하면서 좀 더 정밀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인 타임지(誌)는 '2018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3D프린터를 뽑으면서, 미국 비영리단체 뉴스토리와 스타트업 아이콘이 올 3월 3D프린터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주택을 제작한 사례를 선정 이유로 들었다. 벽이 콘크리트로 돼 있는 58㎡(18평) 크기의 단층 주택 건립 시간은 하루 정도였다. 타임지는 "노숙자를 위해 집을 지어줄 수 있는 착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호주 스타트업 티토믹은 최대 9m 길이의 금속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크기의 3D프린터를 올 5월 공개했다. 관광버스 한 대 크기 정도인 이 3D프린터는 설계도만 있으면 항공기 날개도 티타늄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미국 업체인 3D시스템즈는 최근 자국 최대 군함·잠수함 건조회사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스와 원자력 추진 군함에 들어가는 부품을 3D프린터로 찍어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봉기 기자(knigh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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