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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게임 3관왕 오른 알파제로, 단백질 분석 우승한 알파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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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다.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다른 영역으로도 AI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첨단 AI 기술을 바둑이라는 특정 게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다 활용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딥마인드의 야심찬 공약이 최근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둑뿐 아니라 체스, 쇼기(일본식 장기) 등 고도의 전략을 요구하는 다른 게임까지 섭렵한 새 AI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 빠른 시간에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는 AI도 내놨다. AI가 게임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개발 속도대로라면 머지않아 AI 기술이 산업계의 난제를 게임하듯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 3관왕 오른 '알파제로'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바둑과 체스, 쇼기를 모두 마스터한 인공지능 '알파제로(AlphaZero)'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알파제로는 독학으로 세 종목을 익혀 각 분야 AI 강자들과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2016년 일본 쇼기 대회에서 우승한 AI '엘모'는 2시간, 지난해 세계 체스 챔피언에 오른 AI '스톡피시'는 4시간 만에 따라잡았다. 바둑에서 알파고 제로를 이기는 데에는 30시간쯤 걸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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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대부분의 AI는 사람이 제공한 정보를 학습했다. 알파고는 사람이 둔 바둑 기보(碁譜)를 보고 학습한 뒤 사람보다 빠른 연산 속도로 상대를 압도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나온 '알파고 제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규칙만 받은 상태에서 스스로 기보를 만들어 학습했다. 이를 기반으로 알파고 제로는 바둑 고수와 AI들을 잇따라 격파했다.

알파제로는 아예 상대를 자신으로 한정했다. 자신을 가상(假想)의 상대로 두고 경기를 반복해 스스로 빅데이터를 쌓으며 빠르게 실력을 키웠다. 연구진은 "알파고 제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게임에서 가장 승률이 높았던 가상의 선수를 상대로 훈련한다"며 "하지만 단 하나의 신경망인 알파제로는 점점 강해지는 자신을 상대로 게임을 한다"고 설명했다. 알파제로가 알파고 제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최강의 적과 반복적으로 마주하면서 실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알파제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둑이라는 특정 종목에 한정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종류의 게임에 통달했다는 것이다. 이름에서도 바둑을 뜻하는 '고'가 빠졌다. 딥마인드 수석과학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제로는 인간 지식 도움 없이 게임 룰만 입력하면 스스로 성장하는 AI"라며 "매우 적은 정보만 주어져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새 게임을 배우는 데 탁월하다"고 말했다.

단백질 분석 우승한 '알파폴드'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2일 '단백질 구조 예측을 위한 기술 중요성 평가(CASP)' 학회에서 문제로 주어진 단백질 43개 중 25개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2위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3개)과 큰 차이를 보였다. CASP는 단백질을 이루는 성분인 아미노산의 종류를 알려주고 이것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어떤 구조를 형성할지 예측하는 대회다.

단백질은 20종류의 아미노산을 블록을 쌓듯 조합해 만들어진다. 일렬로 연결된 아미노산들은 실타래처럼 엉키면서 3차원 구조를 만든다. 연구진은 알파폴드에게 아미노산 종류만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단백질 구조를 학습시켰다.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알파폴드의 신경망은 정보를 받아들여 자기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알파폴드는 서로 다른 아미노산이 결합하는 각도, 형상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알파폴드는 개발 초기 단백질 구조 예측에 2주가 걸렸지만 점점 데이터가 쌓이면서 현재 2시간 만에 분석을 마칠 정도로 진화했다. 이현우 울산과학기술원 자연과학부 교수는 "단백질 구조를 알면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어할 수 있는 신약 물질을 찾는 일이 훨씬 단축되기 때문에 AI 기술은 바이오, 신소재 사업에 널리 활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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