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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발한 상상력, 단출한 그림… 아이와 어른 모두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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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국내서도 출간

마흔 살에 그림책 작가가 됐다. 광고용 삽화를 그리던 회사원이었다. "발상이 참 기발하네요. 그림책을 만들어보세요." 출판사 제안으로 2013년 첫 그림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냈다. 빨간 사과 한 알이 커다란 체리로, 물고기로, 우주에서 떨어진 작은 별로 변신하는 이야기. 일본에서 22만부 팔렸다. 최근 서울 정동길에서 만난 요시타케 신스케(45)는 바짝 깎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난 5년은 매일매일이 '놀람'으로 가득 차오른 날들이었다"고 했다. 신간만 내면 세계가 주목하는 두 아이 아빠의 첫 서울 방문이다.

기발한 상상력, 단출한 그림체로 저서 20여종 대부분을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지난해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그림책 '벗지 말걸 그랬어'로 라가치상 특별상을 받았다. 일본 초등학생 12만명이 참여한 인기투표에선 그의 책 4종이 10위 안에 들었다. 오줌을 누고 나면 팬티에 콕 찍히는 오줌 한 방울('오줌이 찔끔')처럼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그러나 상상을 통해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철학으로 엮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조선일보

요시타케 신스케는 “끝까지 웃으며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오른쪽은 책 활용법을 그린 ‘있으려나 서점’속 삽화.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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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도 마찬가지다. 이 서점 주인은 콧물 찍 흘리는 그림책, 달빛으로만 볼 수 있는 책 등 손님이 어떤 책을 찾든 "예, 있다마다요!" 답하며 척척 꺼내 놓는다. 그에게 "'어린이'란 생물은 세상에서 가장 잘 싫증 내는 동물". "첫 페이지만 보곤 '아, 이거 재미없는 책이로군' 바로 알아채지요. 어렵사리 책을 쥐었는데 끝까지 안 읽으면 너무 슬프잖아요." '죽음'이나 '자아' 같은 소재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유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한다. 막상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한다. 장거리 여행은 질색. 덕분에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멘털이 약해 슬픈 뉴스를 보면 금세 가라앉아요." 회사원 시절, '이러다간 망하겠구나' 싶어 주변의 웃긴 일들을 틈틈이 스케치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다리를 어떻게 꼬고 앉는지, 아이들이 쭈그려 앉을 땐 엉덩이 쪽으로 팬티가 얼마큼 나오는지 등등 일상에서 건진 사소한 순간들이 작업 노트 70여권에 소복하다. "보잘것없는 행동이나 습관들이 모여 '그 사람다움'이 만들어지죠. 저는 재미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도 실은 너희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걸 알려주는 게 저의 목표예요."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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