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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현장에서]“코미디” 제주 영리병원 공론조사위원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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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허탈하고 유감스럽다. 제주에서 더 이상의 공론조사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제주에서 공론조사를 한다고 하면 누가, 어떤 도민이 신뢰하겠는가.”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을 설명하던 허용진 제주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장의 목소리는 어느덧 격앙돼 있었다.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이하 공론조사위)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공론조사 결과 불수용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며 백서 발간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허 위원장은 최근 위원들에게 “위원 대부분 공론조사 백서 발간을 위원회 명의로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제주도의 권고안 ‘불수용’에 대해 참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5일 공론조사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 권고에도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아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했다. 영리병원 찬반, 내국인 진료 금지 제한 등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도민 합의가 담긴 공론조사 결과를 불수용했다는 비판이 여전할 수밖에 없다.

허 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코미디 같다”며 “공론조사 전과 후 6개월 동안 공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의 새로운 변수가 생기거나 사회적 여건이 달라지지도 않았다. 경제를 운운하는데 공론조사 전에는 영리병원에 따른 지역경제 영향이 없었고, 몇 달 만에 갑자기 지역경제 영향이 커진 것이냐”고 반문했다.

허 위원장은 “차라리 공론조사 이전에 허가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결정 못 내고 공론조사를 했다면, 민주주의 발전과 도민을 생각해 결과를 따르는 게 바람직했다고 본다”며 “공론조사가 강제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할 거라면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 공론조사를 하고, 숙의민주주의를 훼손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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