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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FA총액 40% 넘는 돈이 선수계약금… 프로야구 ‘미친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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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 여자농구단 1년 운영비와 맞먹는 60억원 계약금 챙겨
한국일보

NC와 계약한 4년 총액 125억원 가운데 무려 60억원을 계약금으로 챙기는 양의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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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11일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포수 양의지(31)를 붙잡는데 무려 125억원을 쏟아 부으면서 ‘몸값 거품’을 빼자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공감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깨지고 말았다. 야구계는 양의지의 4년 총액 규모(역대 2위ㆍ해외 유턴파 제외 1위)에 놀랐고, 그 절반 가량이 계약금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양의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대가로 무려 60억원(총 연봉 65억원)을 챙긴다. 이 금액은 여자프로농구단 1년 운영 예산과 맞먹는다. 총액 대비 계약금 비율이 48%에 달한다. NC와 재계약한 FA 내야수 모창민(33) 역시 3년 총액 20억원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8억원을 계약금으로 받는다.

사실 KBO리그 FA 시장에서 총액 대비 계약금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김현수(LG)는 115억원 중 65억원(56.5%), 지난해 차우찬(LG)은 95억원 가운데 55억원(57.9%), 2016년 박석민(NC)은 96억원에서 56억원(58.3%)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이처럼 총액 대비 계약금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KBO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구조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다 보니 A급 선수 영입을 위해 구단간 경쟁이 붙고, 선수의 몸값은 폭등한다. 이 과정에서 선수는 한번에 큰 목돈을 챙길 수 있는 계약금을 많이 받기를 원한다.

계약금이 높을수록 연봉은 낮아지기 때문에 시즌을 치르는 선수의 부담도 덜하다. 구단 역시 고액의 FA 계약금은 보통 모기업에서 특별 예산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1년 운영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이 높을수록 선수나 구단 모두가 좋은 셈이다.

매년 상상을 초월하는 계약이 성사되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총액 대비 계약금 비율이 대부분 10%를 넘지 않는다. 이번에 워싱턴과 계약한 FA 투수 패트릭 코빈은 6년 1억4,000만달러(약 1,579억9,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는데, 계약금 성격의 사이닝 보너스는 250만달러(28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총액 대비 비율은 1.8%다. 류현진(LA 다저스)의 동료인 내야수 저스틴 터너도 2016년 FA 계약 당시 3년 총액 6,400만달러(722억2,400만원)에서 6.3%인 400만달러(45억1,400만원)를 사이닝 보너스로 손에 넣었다.

송재우 MBC SPORTS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는 선수 실력을 계약금이 아닌 연봉으로 매긴다”며 “계약금은 프로에 처음 들어올 때 받는 것으로 여기고, FA 계약 후 받는 계약금은 계약을 했다는 일종의 제스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이 선수 계약금을 올리고 연봉을 낮추면 메이저리그 사치세(팀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긴 팀에 부과하는 벌금) 규정을 피해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O리그도 시장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10개 구단은 FA 상한제(4년 총액 80억원)를 추진하며 계약금은 총액의 30%를 넘길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에 무산되긴 했지만 구단들은 암묵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분위기를 형성했다. 실제 SK는 계약금 30% 상한선을 지키면서 내부 FA 내야수 최정(6년 106억원 중 32억원ㆍ30.2%)과 포수 이재원(4년 69억원 중 21억원ㆍ30.4%)을 모두 잡았다. SK 구단 관계자는 “50% 가깝게 계약금을 받아가는 다른 FA들과 달리 우리는 30%를 고수하느라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선수들을 설득하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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