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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T리포트]아파트 당첨되려 위장이혼도…뛰는 법 위에 나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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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파생상품 같은 주택청약제도]제도 수차례 바뀌어도 불법은 여전…제대로 된 단속체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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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는 수만명의 방문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아파트로 알려진 덕분이다. 과열양상을 띄다보니 불법청약도 만연했다. 국토부는 올 초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 수도권 주요 6개 단지의 청약당첨자를 조사해 약 200여건의 불법의심사례를 적발했다./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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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공급된 경기 하남시 ‘포웰시티’의 청약 당첨자 A씨는 청약 당첨을 위한 위장이혼 의혹으로 국토교통부에 적발됐다. B씨와 1988년 결혼해 2013년 이혼한 뒤 2014년 다시 B씨와 결혼했다가 2017년 이혼하는 등 결혼을 반복한 것이 당첨확률을 높이려는 행위로 봤다. 집을 배우자 명의로 해놓고 이혼하면 무주택자가 돼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2015년 10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청약통장을 대거 매입해 위장전입, 위장결혼 등의 방식으로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을 만들어 유통한 브로커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만든 청약통장은 위례, 내곡 등 인기지역 아파트 청약에 사용됐고 당첨된 분양권은 떴다방 등 불법전매업자들에게 수억 원의 웃돈이 붙어 팔렸다.


정부가 지난 40년간 청약제도를 139번이나 손질했음에도 불법·편법청약은 끊이지 않는다. 실수요자의 당첨확률을 높이고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계속됐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언제나 생겼다. 제도 문제가 아니라 불법을 잡아낼 단속체계가 없는 탓이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제도부터 뜯어고쳤고 실수요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돕고 투기 수요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당첨될 수 있던 추첨제 물량은 투기과열지구, 수도권 등에선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1주택자가 공급받으려면 기존 주택을 새 아파트 입주 후 6개월 이내에 팔겠다는 서약서를 써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당첨이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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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는 무주택 자격에서 배제했고 유주택자인 신혼부부도 특별공급대상이 되지 못한다. 주택을 소유한 직계존속(부모)은 가점 산정 시 부양가족 점수에서 제외해 ‘금수저 청약’을 차단했다.

이같은 조치에도 투기수요의 청약시장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장’이 계속되는 한 불법·편법을 이용한 투기세력의 당첨사태를 막기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을 아무리 바꿔도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버는데 불법·편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단속도 잘 안되고 걸려도 처벌이 약해 불법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현재 불법청약을 적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수밖엔 없다.

불법청약 중 가장 많은 것이 위장전입인데 이를 걸러내기 위해 주택공급자는 청약자가 실제 사는 곳을 확인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력과 시간 부족 등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 역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날 때만 단속에 나선다. 국토부는 올 초 서울에서 청약 과열이 나타나자 ‘디에이치자이 개포’ ‘과천 위버필드’ ‘하남 포웰시티’ 등 6개 단지를 점검해 226건의 불법행위 의심사례를 적발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하남 포웰시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모든 현장을 단속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자동으로 불법청약을 잡아내는 시스템을 구현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불법청약을 막기 위해선 단속 인력을 확충하고 정부가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심 교수는 “불법청약 적발 시 3~10년간 청약당첨 금지가 대부분”이라며 “처벌 수위를 높여야 투기수요가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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