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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T리포트]40년간 139번째 손질, 수능보다 어려운 주택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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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편집자주] 지난해 7번, 올해 4번. 주택청약제도가 손질된 횟수다. 40년간 부동산 경기와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규제와 완화를 오가다보니 복잡하기가 대입시험 못지 않다. 제도가 자주 바뀌어 무주택 실수요자의 혼란은 가중됐지만, 투기세력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바뀐 청약제도와 시장 파장을 들여다봤다.

[파생상품 같은 주택청약제도]무주택 기회 높이는 '분배정의' 불구 시장혼선…부적격 걸러낼 '사전적 시스템' 필요

머니투데이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대폭 넓히는 새로운 주택청약제도가 지난 11일 도입됐다. 투기과열지구 추첨제 공급물량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공급, ‘주택 분배의 정의’를 높이자는 취지지만 청약대기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

197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마련된 이래 139번이나 손질되다 보니 전문가들도 세부 내용을 헷갈려 한다. 부적격자가 당첨돼 미계약하면서 선의의 피해자도 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1순위 청약 마감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210가구 모집에 5028명이 신청(평균 경쟁률 23.94대 1)했으나 청약 미계약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분양한 삼성물산 ‘래미안 리더스원’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측이다.

서울 강남권 최대 분양단지로 꼽힌 ‘래미안 리더스원’은 232가구 모집에 1순위 9761명이 몰려 평균 41.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26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나왔다. 일반분양분의 10%에 달하는 물량이다.

청약부적격자 상당수는 무주택기간이나 부양가족 가점 입력 등 계산 실수로 부적격 처리된 경우다. 세대주 여부를 잘못 기입하거나 재당첨 제한기간을 모르고 청약한 이도 적지 않다.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430만명(10월말 기준)이 청약통장을 보유한 ‘청약대기자’지만 정작 청약 시 세부자격은 철저히 본인 스스로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부적격 당첨자가 발생하는 이유로 청약신청을 하는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사이트의 허술한 시스템을 지목한다. 가점제의 기준이 되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모두 청약신청자가 입력한 대로 점수가 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청약정보는 금융결제원, 주택정보는 국토교통부, 주민정보는 행정안전부가 각각 보유해 연계되지 않는다. 당첨된 후 특별공급자격 및 가점을 입증할 서류 제출 시점이 돼서야 주택공급자(건설사)가 제출된 서류와 청약자가 기입한 정보를 대조해 사후검증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득 및 자산기준, 주택 수, 세대주 및 과거 5년 내 재당첨 여부, 분양권·입주권 보유 여부 등 스스로 가려내야 할 청약기준(hurdle)이 많아 실수가 빈번하다”며 “분양시장에 줄 선 다양한 세대의 실수요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청약시스템을 개선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부적격 당첨자는 당첨이 취소될 뿐 아니라 1년간 청약이 제한된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악의 없이 실수로 청약요건을 잘못 입력했을 때 감당하는 기회비용이 크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주택청약 업무를 감정원으로 이관, 청약시스템 개편을 추진 중이나 금융결제원의 반발이 거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편된 청약제도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청약시스템 개편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청약수요자 입장에선 감정원이나 금융결제원 중 누가 맡아도 무관한 밥그릇 싸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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