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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페친들 신용등급 낮아졌다고, 내 신용등급 내린다면?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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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시민단체 13곳이 신용정보법 개정을 비판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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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들이 빚을 꼬박꼬박 잘 갚아 내 신용등급도 따라 올라갈 수 있다면 어떠신가요? 물론 반대로 ‘페친’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내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공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집니다. 제가 지어낸 얘기는 아니고,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렌도’라는 미국 업체의 사례를 들어 직접 들려준 예시입니다. 12일 오전 13개 시민단체는 국회 정론관에서 에스엔에스 등 비금융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한겨레

미국 신용평가 핀테크 업체 ‘렌도’의 신용평가방식 흐름도. 렌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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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막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21일 금융위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비금융 개인신용정보’만을 활용해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전문 신용평가(CB)사를 도입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같은 달 15일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방안을 뒷받침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금융위가 설명한 ‘비금융 개인신용정보’엔 통신·전기·가스요금 납부내역은 물론 온라인 쇼핑내역, 에스엔에스 정보도 포함됩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이들도 공과금을 성실히 납부하면 신용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금융거래 적어 신용 평가 곤란 때

“통신·전기·가스요금 납부

온라인 쇼핑·SNS 등

비금융 정보 쓰면 되잖아?”


금융위, ‘선진화 방안’이라며

“비금융 정보 활용하는

신용 평가 회사 도입”


‘SNS 맞춤법 틀리면

신용등급 떨어지나’ 괴담 돌아


그러나 온라인 쇼핑내역이나 에스엔에스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이용자들이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위에서도 “업체들이 어떻게 평가모형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스엔에스에 올린 글에 맞춤법이 많이 틀리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괴담’이 사실인 것처럼 둔갑한 이유입니다. 금융위는 평가모형 등에 ‘차별적 요소’가 있다면 검증위원회가 사후 검증을 한다고 설명했지만, 낮은 맞춤법 수준과 방탕한 생활이 담긴 포스팅을 신용평가사가 ‘마이너스 요소’로 분류했을 때 이를 차별로 판단할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날 시민단체들은 제출한 신용정보법 의견서에서 “오타가 많거나 개인의 병명 등 민감한 내용을 포함한 글, 정부·기업에 비판적인 표현 등이 신용평가에 부정적으로 사용될 것을 우려해 이용자들이 에스엔에스를 사용할 때 위축될 수 있다”며 “공개된 개인정보 범위를 과도하게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규정은 기본권 침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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