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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불황인데...자고 나면 세곳씩 느는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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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24곳 문닫고 1,240곳 생겨

가맹 브랜드수 6,000개 넘어서

배달전문점·메뉴확장·숍인숍 등

외식업계 '多브랜드 전략' 활발

옥석가리기 없는 시스템 문제

가맹점주만 피해 떠안을 수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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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 규제 강화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새로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가맹본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역대급 불황인데 가맹 브랜드 수가 처음으로 6,000개를 돌파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불황 타개를 위해 ‘다(多) 브랜드’ 전략을 택한 외식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결국 ‘아무나’ ‘아무런 제제 없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제출하고 가맹점 모집을 하겠다고 나선 브랜드가 11월 말 기준 6,257개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기준 5,741개의 브랜드가 등록된 것과 비교해 516곳, 8.9%가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총 724곳의 브랜드가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가맹 사업에서 자진 철수했지만 같은 기간 1,240개가 새로 생겨나며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가맹 브랜드가 6,000곳을 넘어서게 됐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400~600개씩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불황이 깊어진 올해는 증가세가 주춤하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폐점 브랜드 수가 1,000곳에 달해 앞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구조 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도 신생 가맹 브랜드 수는 오히려 516곳이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상황이다.

불황 속에도 가맹 브랜드 수만 꾸준히 느는 ‘프랜차이즈의 역설’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외식 기업들이 불황을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다(多)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정 음식이나 스타일의 유행 주기가 빨라지고 신규 가맹 브랜드의 성공 확률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경영하며 위험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출점 규제 등으로 가맹점 수를 무한히 늘려갈 수 없는 현실에서 유사 브랜드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것이 가맹점 확대와 비슷한 매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외식 기업 놀부의 경우 올해에만 배달전문 매장인 ‘플라잉바베’ ‘지금 출발했어요’ 등 5개의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고, 감자탕으로 유명한 이바돔 역시 ‘강촌식당’ ‘조선화로찜’ 등 3개 브랜드를 새로이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치킨 프랜차이즈 안에 분식 브랜드를 ‘숍인숍’ 형태로 넣어 추가 매출을 유도하는 방식이 요즘 눈에 띄는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만 2~3배 이상 많은 국내의 현실은 결국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구조와 ‘악질’ 기업을 걸러내지 못하는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새로이 가맹사업을 시작한 브랜드를 살펴보면 대다수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외식 산업이었다. 신규 등록한 1,240곳의 브랜드 중 885곳(71%)가 외식 관련 브랜드였고, 이 중 37%를 차지하는 331곳이 한식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아이템이 유행하면 상표만 바꾼 ‘카피’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하는가 하면 직영점 하나 없이도 가맹점을 모집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다”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손쉽게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데다 가맹점 모집이 안되면 취소하는 것조차 간단한 현실에서는 운 나쁘게 ‘악질’ 기업을 택한 가맹점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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