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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休] 남해 품고...바위섬 잇는 하늘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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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관매도

수백년 된 소나무 펼쳐진 해수욕장

갈라진 바위틈 연결한 하늘다리 등

'관매8경' 천혜의 비경으로 입소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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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는 전남 진도 남쪽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번 다녀온 이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이제는 ‘여행 좀 했다’는 이들 사이에서는 남해의 절경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작심하고 이른 아침 서둘러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뒤 포구로 달려나갔다.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바다는 거울처럼 잔잔했다. 잔물결 위로 아침 햇빛이 반사돼 눈이 부셨다. 어선은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수면 위에 부딪힌 햇살이 뱃머리로 흩어졌다. 여객터미널 시간표로는 두 시간이나 걸리는 뱃길이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섬이 보였다. 여행길에 동행한 박길림 해설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원래는 30분 거리”라며 “여객선은 다른 섬을 들러서 가지만 어선 바로 가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관매도에는 관매도 해수욕장, 방아섬(남근바위), 돌묘와 꽁돌, 할미중드랭이굴, 하늘다리, 서들바굴폭포, 다리여, 하늘담 등 ‘관매 8경’이 섬을 장식하고 있다.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진도의 부속섬 중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세간에 회자되는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관매도는 조선 초 태종의 공도정책(空島政策·섬 주민을 육지로 이주시켜 섬을 비우는 정책)에 따라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다. 박 해설사는 “원래는 무인도였지만 1600년께 나주에서 강릉 함씨인 함재춘이라는 사람이 들어왔고 1700년대 초에는 제주 고씨가, 1700년대 중엽에는 해남에서 전주 이씨인 이승우라는 사람이, 이후 영암에서 김해 김씨 김명신이 입도(入島)해 함께 살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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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관매도에 가까워지자 작은 바위섬이 먼저 손을 맞았다. 섬 위에 버섯처럼 생긴 바위 하나가 솟아 있는 이 섬은 ‘방아섬’으로 불리지만 남근바위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 섬은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던 곳으로 정상에는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아이를 갖지 못한 부녀자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면 그 바람이 성취된다는 곳이다.

관매도 포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관호마을이, 왼쪽에는 관매마을이 있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매가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어 ‘매를 보는 것 같다’는 의미로 관매도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고 한다. 관호마을에서 뒷재로 가는 길에는 민가가 밀집해 있는데 집집마다 쌓아 놓은 돌담이 이채롭다. 뒷재를 넘어가면 하늘장사가 묻힌 돌묘와 꽁돌이 모습을 드러낸다.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돌을 왕자들이 가지고 놀다 떨어뜨렸다는 꽁돌에는 사람 손바닥 모양과 똑같은 자국이 나 있어 한번 머문 눈길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이곳 해변은 모래가 없는 대신 바위와 암석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 모습들이 기기묘묘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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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매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관매도 해수욕장 뒤편의 솔밭이다. 솔숲에 들어가 잠시 걷다 보면 이곳에 ‘관매 1경’의 타이틀을 붙인 것에 대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매도 해수욕장은 여름철 피서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선착장 왼쪽으로 700~800m쯤 되는 곳에 고운 모래로 이뤄진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백사장 뒤로는 수령이 200~300년 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솔밭이 있다. 직경 50~80㎝에 높이 20~30m나 되는 소나무들이 곧게 뻗어 있어 숲 속에서 나무들을 바라봐도 절경이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 또한 절경이다.

그밖에 하늘다리와 비 오는 밤이면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할미중드랭이굴, 서들바굴폭포, 독립문동굴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다만 관매도는 주민 수가 많지 않고 섬을 찾는 관광객 수도 일정치 않아 전문적으로 영업하는 식당이 적은 탓에 다소 불편하다. 민박집에서 스스로 취사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면 인근 식당을 예약해야 제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글·사진(관매도)=우현석객원기자

◇가는 길

▲대중교통:SRT수서역-목포역(좌석버스 200번)-목포종합버스터미널 하차-진도공용터미널(농어촌버스)-진도항 1항차(오전9시30분) 한림페리호(관매도 오전11시40분 도착), 2항차(오전10시30분) 농협새섬두레호(관매도 정오 도착)

▲승용차: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 천안분기점-당진영덕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서영암I에서 보성방면-서호교차로에서 목포방면 우회전-진도대로-진도항-선편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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