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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얼마나 색기를 풍겼으면”…도 넘은 온라인 ‘음담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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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사진=ShareNcare - 쉐어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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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삼성 라이온즈 치어리더 황다건(18)이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회원에게 성희롱을 당하면서 이른바 ‘온라인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성희롱이란 성희롱 대상을 대면하지 않고 비대면인 상황에서 상대방을 특정해 사진 또는 음란한 글로 희롱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을 직접 보지 않고 성희롱을 하다 보니 성희롱의 수준도 대담하고 거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11일 황다건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일베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저런 글을 보게 되면 그날 하루는 다 망치는 것 같고 하루 종일 이 생각 밖에 안 난다”면서 “이젠 겁도 나고 부모님이 보게되실까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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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 예방 캠페인.사진=ShareNcare - 쉐어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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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성희롱, 주로 어디서 벌어지나…피해자 대부분 여자

온라인 성희롱은 기사 댓글이나 커뮤니티 게시글 유튜브 댓글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얼마든지 누구나 성희롱을 할 수 있다. 비대면이다 보니 죄책감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데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상담한 사이버 성폭력 피해 사례 206건을 요약한 내용을 보면 피해자의 93.7%는 여성이었다.

또 가해자 가운데 ‘전 애인’은 34.5%로 가장 많았고, 피해 유형은 디지털성범죄 중 하나인 ‘리벤지 포르노’로도 불리는 ‘비동의 성적촬영물 유포’가 48.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성폭력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유포 협박’이나 ‘불안 피해’도 각각 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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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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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산하는 혐오,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 생각도

또 다른 문제는 성희롱은 사실상 혐오적 의미도 있어 이런 혐오가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한다는 데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기사 댓글 등에 성희롱 등 혐오적 표현을 개진하다 보니, 초등학생도 이를 보고 여과 없이 비슷한 댓글을 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여혐 댓글’을 남긴 사람들은 청소년이 가장 많았다. 2015년 10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15~35세 남성 1,200명,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른바 ‘여혐 게시글, 댓글 쓴 적 있다’고 답한 남성 중 청소년은 27.9%, 취업준비생, 무직 24.2% 대학생 23.1%, 직장인 16.7%로 나타났다.

이런 혐오표현 역시 주로 여성을 상대로 많이 나타났다. 한국양성평등진흥교육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적 게시물이 26건, 게시글에 달린 성차별적 댓글은 127건으로 조사됐다. ‘김치녀’, ‘맘충’ 등 혐오와 비난 유형이 101건(66%)로 가장 많았고 폭력·성적 대상화가 52건(3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에 노출되는 사람은 자존감 손상으로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혐오표현에 대해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규정했다. 유형별로는 △차별적 괴롭힘, △차별표시, △공개적인 멸시·모욕·위협, △증오 선동 등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같은 혐오표현을 들은 사람들은 자존감 손상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 우울증, 공황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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