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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힘이 떨어진 박항서 매직? 여전히 베트남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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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컵 원정 결승 1차전서 말레이와 2-2… 15일 하노이서 2차전

뉴스1

10년 만의 스즈키컵 정상탈환을 노리는 베트남이 말레이시아와의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유리한 쪽은 베트남이다.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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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이겼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실망할 이유는 없는 결과다. 아니, 유리한 쪽은 베트남이다. 먼저 2골을 넣은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2-2 무승부로 끝난 것을 가지고 '박항서 매직이 시들해지고 있다' '베트남 돌풍이 약해지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섣불러 보이는 평가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대회는 준결승부터 홈&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결승 2차전은 오는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10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베트남은 조별리그를 3승1무 8득점 무실점 1위로 마무리했으며 4강에서는 필리핀을 상대로 1, 2차전 각각 2-1 승리, 합계 4-2로 따돌리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기세등등했다. 게다 우승 최대 경쟁자로 여긴 태국이 준결승에서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혔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결승 1차전은 쉽지 않았다. 특히 초반은 많이 밀렸다.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투지는 상당히 뜨거웠고 9만명에 육박하는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베트남 선수들이 동요되는 느낌이 있었다. 말레이시아가 점유율 7-3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고, 흥분한 베트남 선수들을 향해 박항서 감독은 계속 침착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이렇게 끌려가다 전반 22분과 25분 베트남의 연속골이 터졌으니 완벽한 반전이었다. 상대의 수비실수가 빌미가 됐던 첫 골, 디딤발이 정확하지 않았음에도 궤적이 좋았던 추가골 등 운이 따랐다는 것도 베트남 입장에서는 반가웠다.

정황상 베트남 쪽으로 분위기가 급격하게 기울어질 수 있었지만 말레이시아는 만만치 않았다. 실점 후에도 침착하게 공세를 이어간 말레이시아는 전반 35분 만회골 그리고 후반 14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흐름을 바꿨다. 이후 두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으나 어느 쪽도 추가골을 넣지 못했고 경기는 2-2로 마무리됐다. 서로 아쉬움과 만족감이 겹치는 내용과 스코어였다.

사실 베트남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결과다.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홈&어웨이 방식을 고려할 때 원정에서 2골이나 넣고 비겼다는 것은 든든한 배경이 아닐 수 없다. 안방에서 0-0, 1-1로 비겨도 최종 승자는 베트남이다. 게다 에너지도 비축했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하득찐이나 중앙 미드필더 응우옌후이흥 등은 대회 내내 교체멤버로 쓰였던 카드다. 중요한 승부에서 깜짝 선발로 기용한 것인데, 특히 응우옌후이흥은 천금 같은 선제골까지 넣었으니 박 감독의 한수는 의미가 있었다. 비록 하득찐이 경기 막판 결정적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나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면서 2차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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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스즈키컵 결승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2-2로 비겼다.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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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허를 찌르려 했던 복안인지 아니면 일부러 발톱을 숨긴 것인지 속내까지 다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 다소 느슨해진 정신력을 단단하게 조일 수 있는 내용과 스코어로 끝난 것도 집중력을 높일 계기다. 많은 이들이 베트남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자극을 받았다는 의미다.

결승전 매치업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로 정해졌을 때 베트남 쪽으로 추가 꽤 기울었다. 대회 내내 베트남의 기세가 좋았고 또 조별예선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었던 기억까지 있으니 더 자신감이 높아질 조건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다시 만난 말레이시아는 조별리그 때와 또 달랐다. 2골을 먼저 넣었다지만 경기 막판 골키퍼의 선방 등이 없었다면 베트남의 역전패도 가능했던 후반 흐름이었다. 패배를 무승부로 막았다고 평가해도 무방했을 경기인데, 달리 보면 버티는 힘도 좋아진 베트남이다.

박항서의 마법까지는 모르겠으나 지도자 박항서의 지휘를 받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전력이 업그레이드 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지금이 베트남 축구계의 숙원인 동남아시아 패권 탈환의 적기, 10년 만에 스즈키컵을 들어 올릴 절호의 기회다. 우승의 향방은 오는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전 결과에 달렸다. 여전히 유리한 쪽은 베트남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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