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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카풀, 공유와 생계의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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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택시업계와 교착 상태…'규제 불확실성' 해소 노력해야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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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어엿한 대기업의 부장인 김원형(가명)씨는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서비스의 '크루'다. 운전면허증, 자동차 등록증, 보험 증권 등 10개가 훌쩍 넘는 서류를 내고 인증서가 도착하자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크루로 운행에 나선 뒤 첫 콜을 받았다. 방배역에서 잠실역까지 1만1000원 남짓, 택시 보다 약 20% 저렴하게 서비스하는 셈이다. 이중 80%가 수익이다. 하지만 동승자를 태우기 위해 10분 넘게 걸리는 곳으로 가야했고 평소 출근길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가야 했다. 취소하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고 찾아갔더니 늦었다는 볼멘소리만 들었다. 곤혹스러웠던 김씨의 마음은 오후에 전해진,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동안 크루로 참여한 이들이 느꼈을 답답함에는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택시업계는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 투쟁을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 카풀ㆍ택시 태스크포스(TF)는 택시업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중재안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카카오도 한발 물러서며 갈등을 딛고 싹을 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우리나라 공유경제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11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정식서비스 개시 일정 등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정부와 국회 등 관계 기관, 택시 업계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 강행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시범 서비스를 통해 카풀이 택시 승차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기존 택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도 앞서 "시범서비스로 많은 오해들이 풀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평일 오전 서울 시내 택시수요가 20만5000콜에 달하지만 배차로 연결되는 것은 4만콜에 그쳐 하루 운행횟수를 2회로 제한하면 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범서비스 기간 이를 입증할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해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택시업계와 오해를 푸는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택시 4개 단체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20일 총파업과 함께 국회 앞에서 카풀 서비스 출시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양측의 갈등을 조정하던 민주당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도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상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카풀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의 과정에서 결국 규제 불확실성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숙제만 도드라졌다고 보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택시와 카풀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시장이며 업계와 카풀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택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카풀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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