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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취재파일] "플라스틱으로 배를 채우고 '영양결핍'으로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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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머그 'NO플라스틱' 취재 후기①

지난 11월 19일, 인도네시아 와카토비 국립공원 해변에서 향유고래의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이 향유고래의 배를 열어 위장을 살펴보니 일회용 플라스틱컵 100여 개, 페트병, 비닐봉지 등 6kg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고래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아직 규명 중이라고 전해지지만, 먹을 수 없는 플라스틱을 저 정도로 먹었다면, 사망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겠죠.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비단 외국의 일만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향유고래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다다음날,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귀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배를 갈라보니 500ml 생수 페트병이 나옵니다. 이 페트병은 이미 어느 정도 소화가 진행돼 위장에 눌어붙은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몸만한 페트병을 삼킨 아귀, 왜 그랬을까요?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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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먹고 배가 부른 채로 '굶어 죽는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는 거죠. 플라스틱은 소화가 안 되잖아요. (먹은) 플라스틱은 소화가 되지 않은 채로 (체내에) 쌓이죠. 그런데 계속 이게 쌓이니까 배는 부른 거예요. 결국 영양소는 전혀 없는 플라스틱을 먹고 배가 부른 채로 영양결핍이나 굶어 죽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 중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플라스틱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김미경 팀장의 이야기입니다. '배가 부른데 왜 배가 고플까' 라는 생각을 하며 죽어가고 있을 해양 생물들, 참, 잔인한 현실입니다. 전북에서 발견된 아귀는 제 몸만 한 페트병을 삼켰지만 대다수의 해양 생물들은 미세 플라스틱에 더 노출돼있습니다. 잘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들을 먹이로 착각하고 하나 둘 먹다 보면, 계속 체내에 쌓이게 되는 것이죠.

●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지를 집으로 착각하고 사는 해양생물들

비디오머그 'NO플라스틱' 취재팀은 현장에서 이런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지난 8월, 해양 쓰레기를 줍는 스쿠버 다이버 부부를 취재하던 중이었습니다. 바닷 속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작은 요구르트병이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 요구르트병 안에는 새끼 낙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좁은 요구르트병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살고 있던 것이죠.

바닷속에 버려진 일회용 비닐장갑 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물고기도 있었습니다. 스쿠버 다이버 부부의 도움으로 비닐 장갑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인간의 도움이 없었다면 비닐 안에 갇혀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을지 모릅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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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는데?"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한 현실은 최근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입니다. 특히 한국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하루 발생량은 2011년 3,949t에서 2016년 5,445t까지 늘었습니다.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6년 기준 세계 1위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문제는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이 생각보다 낮고, 폐기도 잘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2016년까지 전세계에서 생산된 83억t의 플라스틱 중 단 9%만 재활용이 됐습니다. 나머지 60억t 이상이 재활용이 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이렇게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될까요? 태우거나 매립을 하는데, 매립의 비중이 80% 정도 됩니다. 땅에 묻히거나 바다에 버린다는 건데,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이 썩는데 걸리는 시간이 수백 년입니다. 즉, 이제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하나도 썩지 않았단 겁니다.

이런 사실을 비디오머그 NO플라스틱 캠페인을 통해 몇 차례 보도했는데, 이런 종류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나는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 거야?"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도 잘하고 있는데 왜 저렇게 쓰레기가 많은 거야?"

사실 저도 이 플라스틱 문제를 취재하기 전까진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바다에서 보게 되는 쓰레기들은 일부 사람들의 잘못이라고만 여겼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 집 재활용 쓰레기통을 떠난 이후의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김미경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이미 플라스틱 생산량은, 그 처리 능력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제까지는 '잘 버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론 플라스틱 생산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일단은 소비를 줄이는 게 중요한 거죠. 대체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게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비디오머그는 지난 8월부터 'NO플라스틱' 캠페인을 통해 플라스틱이 넘치는 세상의 현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택한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텀블러 같은 재사용컵을 사용하자는 캠페인입니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들이 동참하면서 'NO플라스틱챌린지'로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편 취재파일에서는 NO플라스틱챌린지를 시작한 배경과 에피소드를 자세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비디오머그 'NO플라스틱'팀은 '무조건 줄이자'보다는 '왜 줄여야 하는지'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며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덜 아프게 하고, 우리가 살아갈 터전을 건강하게 지키는 일에 동참하실 분들,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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