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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바, 거래재개 vs 셀트, 분식 혐의…180도 바뀐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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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복귀하는 날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두 회사 상황이 하루만에 뒤바뀌었네. 우연의 일치일까."
"삼바 살려주면서 셀트리온으로 관심 돌린 것 아냐?"

11일 온라인 주식커뮤니티 게시판은 말그대로 폭발 직전이었다. 이날 주식시장에 금융감독원이 셀트리온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혐의를 감리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대형 악재에 셀트리온 삼형제의 주가는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추락했다. 잔뜩 흥분한 투자자들은 각자의 추측과 의견, 주장 등을 거칠게 쏟아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20여일간 매매정지 상태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거래가 재개된 날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180도 뒤바뀐 두 경쟁사의 처지는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금융당국이 삼성의 거래를 다시 터주는 동시에 셀트리온을 저격하는 속내가 의심스럽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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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 주주들 "삼바 물타기?" 추측 난무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전날보다 12.04%(9800원) 급락한 7만160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제약(068760)도 7.92%(5000원) 떨어진 5만8100원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셀트리온(068270)주가가 전장 대비 10.02% 추락했다.

이들 삼총사의 주가를 끌어내린 건 분식회계 논란이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분기 셀트리온에 국내 판매권을 되팔고, 이때 받은 218억원을 영업외수익이 아닌 매출로 처리했다. 현재 금감원은 이 회계 처리가 적절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기업회계 기준대로 처리했고, 허위매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자들에게 ‘분식회계’는 셀트리온이 아닌 삼바와 관련된 용어였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최고 수위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삼바 관련 매매는 18거래일 동안 정지됐다가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이달 11일부터 재개됐다. 그런데 하필 같은날 셀트리온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셀트리온측 투자자들은 온갖 불만과 추측의 글을 인터넷상에 쏟아내고 있다. 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소액주주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정부가 삼바 거래재개에 대한 불만여론을 잠재우려고 셀트리온을 이용해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주주는 "삼바는 삼성그룹 계열사라서 상장폐지를 면했지만, 힘 없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무래도 상폐 당할 것 같다"고 했다.

울상이 된 셀트리온 주주들과 달리 악재를 털어낸 삼바 투자자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거래재개 첫날 삼바 주가는 17.79%(5만9500원) 급등한 39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순위도 7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삼바 주주들은 셀트리온 주주 게시판으로 몰려가 "문상(問喪) 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빈정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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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식 논란에도 셀트 산 기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분식회계 혐의를 벗을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슈는 헬스케어뿐 아니라 셀트리온그룹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외부로 알려진 사실이 적어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11일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현황을 보면, 증권사들은 셀트리온이 처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대신증권(003540)에 따르면 이날 증권사(금융투자)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주식을 각각 63억원, 297억원 순매수했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기관은 물론 외국인도 40억원 이상 사들였다.

금융당국이 삼바와 셀트리온 다음으로 어떤 바이오 기업의 회계장부를 정조준하느냐도 투자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연기금 출신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정부가 삼바를 시작으로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데, 당분간은 이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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