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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스 따라잡기]약? 돈? 대마에 쏠린 관심…금기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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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리화나에 관대…곳곳서 합법화 움직임

말보로 제조사 등 마리화나에 대규모 투자하는 기업도

금기(禁忌)시되던 마리화나(대마초)가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마리화나에 적용하던 규제 문턱을 낮추는 나라들이 늘면서다. 합법화 열풍을 타고 마리화나 시장에 거액을 투자하는 기업도 생겼다.

영국 BBC는 11일(현지시간) “마리화나를 대하는 세계 각국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지만 “여론과 정책이 누그러지고 있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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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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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서 합법화 바람


최근 합법화 논의가 활발한 곳은 멕시코다. 지난달 “모든 사람이 30g까지 마리화나를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되면서다. 법안을 낸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당 소속 상원의원이자 내무장관 내정자인 올카 산체스 코르데로는 “10년간 최소 24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약 카르텔 간 폭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법안이 통과되면 멕시코 성인은 금연구역을 제외한 공공장소에서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게 된다.

특히 논쟁이 끊이지 않는 기호용 마리화나와 달리 의료용 마리화나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추세다. 엄격히 규제하던 영국도 지난달부터 의료용 마리화나 처방을 허용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들의 상태가 마리화나 오일로 호전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2014년 CNN은 뇌전증을 앓는 10대 소녀가 마리화나 오일을 복용한 뒤 발작 증세가 줄었다는 사연을 소개했는데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영국 제약사의 에피디올렉스 판매를 허가하게 된 계기가 됐다.

뉴질랜드에서는 최근 의료용 마리화나 규제를 완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영국 가디언은 “새 법은 이전에 엄격히 제한되고 보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했던 의료용 마리화나를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클라크 보건부 장관은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을 관리하려는 노력 때문에 체포되거나 수감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2년 안에 기호용 마리화나 허용 관련한 국민투표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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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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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이 빗장을 푸는 첫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중증 질환자들에게 마리화나 오일을 판매한 20대 남성이 사형을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논의가 불붙고 있다. 태국에서도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마리화나를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면 합법화한 나라는 남미 우루과이와 캐나다 두 곳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은 33개 주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가 허용된 주는 2012년 콜로라도 주와 워싱턴 주를 시작으로 현재 9개에 달한다.

금광 찾듯 대마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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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농가. [영국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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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양성화 움직임에 따라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기대로 상업화에 나서기도 한다. BBC는 “라틴 아메리카처럼 의료용 마리화나의 잠재적 수익성을 목표로 이 시장에 접근하길 원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브라질, 자메이카, 포르투갈 등에서 판매는 여전히 불법이지만 소량으로 마리화나를 소지하는 건 더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마리화나 시장에 거액을 쏟아붓는 기업도 나왔다. BBC에 따르면 미국 담배 말보로 제조사인 알트리아는 최근 캐나다 마리화나 제조사 크로노스 그룹에 18억6000만 달러(약 2조1027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알트리아 측은 커지는 세계 마리화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라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캐나다의 마리화나 생산업체인 캐노피 그로스는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로부터 4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마리화나가 함유된 초콜릿과 제과제품, 음료수를 개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마리화나 투자 열풍을 1800년대 금광을 찾아 사람들이 몰렸던 ‘골드러시’에 빗대 ‘그린러시’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럼에도 마리화나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합법화를 찬성하는 쪽에선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는 여전히 불법약물 중 마리화나를 가장 위험한 등급으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한다. 정신건강을 비롯해 사회복지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BBC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더 많은 나라들이 마리화나에 대한 접근법을 바꿀 것이 확실하다”며 “국내와 국제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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