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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안종범 수첩에 적힌 ‘제주 영리병원’…석연찮은 정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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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 승인서 입수

보건단체 “국내의료법인 관여 의혹”

‘2015년 복지부 승인’ 재검토 촉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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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허가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보건의료·제주지역 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사업승인 과정이 허술했다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2015년 보건복지부는 제주도가 검토 요청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제주지사가 일반 기업처럼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하려면 복지부 장관 승인과 제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지난 5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11일 <한겨레>가 입수한 복지부의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 승인서(2015년 12월18일)를 보면 “개설법인 요건 및 투자 실행 가능성 검토 결과 법령상 요건을 충족한다”며 “내국인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병상 규모, 지리적 제한을 감안할 때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들은 “국내 의료법인이 녹지국제병원 사업에 관여됐다는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사업 주체인 중국 뤼디(녹지)그룹은 병원운영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개발 업체라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를 보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내국인 및 국내 법인 우회투자를 통한 관여로, 국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여부를 검토해 개설 허가를 하도록 했다. 이러한 요건을 녹지국제병원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내국인 관여 의혹은 2015년부터 이어져왔다. 그해 4월 제주도는 중국 뤼디그룹,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BCC) 등이 투자한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를 사업시행자로 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당시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국내 성형외과 원장이 운영하는 중국 병원이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 소속”이라며 내국인 우회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가 외국인 투자기업이긴 하지만 국내법인이라, 법령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복지부 해석에 따라, 제주도는 사업승인 신청을 철회한다. 그리고 두달 뒤, 사업시행자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뤼디그룹 100% 투자)’로 변경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논의하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자리에 건강검진센터 등을 운영하는 국내 의료법인 미래의료재단 이사 ㄱ씨가 녹지국제병원 설명에 나서면서 또다시 우회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오상원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은 “녹지국제병원에 미래의료재단 소속 의사가 있는 걸 확인해 제주도에 의사 명단 및 관련 서류 제출을 요청했으나 제주도는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료재단은 “뤼디그룹과 용역을 맺고 컨설팅을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 운영 주체라는 주장을 반박한 상태다. 오상원 위원은 또 “뤼디그룹은 애초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 같은 파트너가 있어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며 “이 업체가 어떻게 의료사업을 할 수 있는지 증명서류를 제주도에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지난 10월10일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가 사업승인 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엔 ‘2015년 5월25일 제주도 외국인 영리병원 국내자본 이동’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1차로 제출한 사업계획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 그것을 해결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 정부에서 사업을 승인했으며, 개설 허가권자는 제주지사’라며 사업계획 재검토에 나서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회투자 의혹에 대해 제주도에 확인했는데 문제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 자본금이 약 210억원인데 미래의료재단이 이를 조달할 여유가 있겠느냐”며 “법인 등기부등본상 뤼디그룹이 명시돼 있으며 복지부 사업계획 승인서에 뤼디그룹 지분 100%라고 돼 있다. 우린 그걸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정 허호준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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