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담뱃값과 택시 밥줄 사이…카카오카풀 타보니 [더(The)친절한 기자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The)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드라이버는 승객을 상호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한겨레>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취재를 담당하는 저도 지난 10일 저녁, 카풀 서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일단은 싸고 편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의 카풀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터라,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한겨레

카카오택시와 비슷하게 매칭이 완료되면 배차된 차량이 승객에게 이동하는 현황이 보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빠른 배차…운이 좋았다

지난 7일 저녁 8시께, 서울 광화문 인근 순댓국집에서 회사 선배와 식사를 마칠 즈음 ‘카카오T’ 앱을 열고 카풀 탭을 선택했습니다. 광진구에 사는 저는 광화문 쪽에서 보통 지하철로 귀가합니다. 택시를 타면 경로가 영 어색(?)해서 가격은 비싼데 시간은 지하철이랑 별반 차이가 없죠. 그러니, 담당 기자라는 이유로 ‘한 번 타보자’ 했던 겁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용후기나 언론 보도(‘카카오 카풀’ 타보니…요금은 ‘만족’, 안전은 ‘글쎄’<한국경제>, [해보니] 준비 부족 갈 길 먼 ‘카풀’ 이용기…승차 불발시 대책 전무<경향신문>, ‘카카오 카풀’ 타보니…호출 30분에 픽업 20분<뉴스1>)들을 보면, 호출에 실패했거나 ‘픽업’에 오랜시간이 걸려 불편을 겪었다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바로 ‘매칭’이 됐습니다. 운일까요?

집주소를 입력하자 추천요금 1만4500원이 표시됐고 “요금은 매칭완료시 선결제 됩니다”라고 안내 받았습니다. 원하는 요금을 직접 입력할 수도 있었습니다. 택시요금은 보통 1만7천원남짓 나오는데, 카풀이 17% 정도 저렴했습니다. 카풀은 미리 카드결제 정보를 입력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탑승인원과 뒷자리 선호 여부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카풀 호출하기를 누른지 얼마 안돼 바로 매칭에 성공했습니다. 차량번호와 차종, 크루(드라이버)의 이름과 사진이 함께 떴습니다. 카카오 택시 호출했을 때와 비슷하게, 차량이 현재 저에게 오는 경로가 표시됐습니다.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분 거리인데, 가까운 곳?

호출 위치가 이면도로였는데도 차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운전자 김아무개(36)씨는 서울 순화동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또다른 카풀앱인 ‘풀러스’를 이용하며 드라이버로도 활동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카카오 카풀 크루 등록을 마쳤고, 카풀 서비스 개시 이후 첫 퇴근길에 처음으로 카풀 콜을 받아봤다는 겁니다.

저는 뒷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김씨가 조수석 열선을 켜놓았다고 했습니다. 앞자리에 앉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감동적인 서비스였다고 해야 하겠죠.

김씨 집은 동대문구 장안동이었습니다. 장안동과 저희집은 최단거리 기준으로 약 6~7㎞, 20분 정도 소요되는데도 매칭이 됐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쪽 설명을 들어보면 “거리와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크루가 입력한 목적지와 가까운 곳에 가려는 탑승자를 매칭한다”고 합니다. 차로 20분 걸리는 곳을 ‘가까운 곳’인지 약간은 의아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출퇴근 카풀’을 반영한 합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루 2회 운행제한’과 더불어 ‘목적지가 유사해야만 매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풀 드라이버 활동기 들어보니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카풀 드라이버 경험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적극적’으로 카풀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출근길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하지 않고, 퇴근길엔 “매칭이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풀 매칭이 되는 것도 일주일에 한번, 많아야 두번 정도였다고 하네요. “미혼이라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한 20분 돌아가도 기름값 빼고나면 담뱃값 정도는 되거든요. 그냥 그 정도 벌려는 것이지 크게 집중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풀러스’를 이용하면서 승객은 주로 어떤 분들을 태웠을까. 김씨는 “성비를 기준으로 남녀 1:1 정도 됐고, 젊은 층이 많았다”고 합니다. 가끔 강남에서 퇴근할 때도 있었는데, 강남이 강북보다 ‘콜’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카풀은 안전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는 하는데, “술에 취한 승객이 못 일어나서 30분동안 깨우느라 고생한 일”을 빼면 별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차량에 탑승하고 이동하는 동안에는 앱에 긴급상황 발생 시 누를 수 있는 ‘112 문자신고’ 버튼이 있습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 ‘이상한 사람이 탑승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승객들도 마찬가지니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를 “붙임성이 없다”고 말한 그는 “가급적 승객한테 말을 안 걸려고 해요. 같이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는데 말 많이 하면 피곤하잖아요. 저도 한번 말 많은 승객 태웠다가 엄청 피곤했어요”라고 했습니다.

한겨레

탑승 후 드라이버 평가 메뉴. 승객은 드라이버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담뱃값과 밥줄 사이

차는 남산 1호터널을 지났습니다. 혼잡통행료는 김씨가 교통카드로 냈습니다. 카모는 약관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등 유료도로 사용료를 승객에게 부담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카풀 규제로 옮아갔습니다. 김씨는 카풀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카풀 이용자 단체에선 몇차례 카풀 규제완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김씨는 “카풀이용자 단체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같은 때, 종로에서 저녁에 술 먹고 택시를 잡아보면 안 잡히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그래서인지 특히 주말에는 승객 중에 택시 안 잡혀서 탔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어차피 수급도 불균형하고, 승객들이 느끼는 서비스 품질도 카풀이 나은데 택시 때문에 카풀 규제하는 것은 안맞는거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싸고 편한 것을 찾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김씨는 택시기사의 자살에 대해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어떻게든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데 40분이 걸렸습니다. 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내렸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된 돈은 1만4500원. 카풀 첫 이용 사은품으로 스타벅스 쿠폰 한 장을 받았습니다. 1만4500원의 20%인 2900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로 가져가고, 남은 1만1600원은 김씨에게 포인트(적립금)로 쌓입니다. 드라이버는 사전에 지정한 계좌로 적립금 정산을 요청할 수 있고, 정산을 요청한 날 기준으로 다음주 수요일에 계좌로 입금됩니다.

운전자와 나눈 대화는 흥미로웠고 택시보다 저렴하고 편하게 집에 왔지만 마음 한 구석이 뭔가 불편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시기사의 유서에 담긴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 법인 택시 255개 회사의 가동률을 보면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택시 수입이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택시노동자 처우가 안 좋은데다, 택시보다 저렴하게 택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노동자 처우가 더 안 좋아질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카풀 운행을 통해 버는 ‘담뱃값’이 누군가에겐 ‘밥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도중, 카카오모빌리티가 17일로 예정된 정식 서비스 개시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승객과 사회 편익, 또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 또 이해당사자들이 하루 속히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한겨레>기자들이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동물 사랑? 애니멀피플을 빼놓곤 말할 수 없죠▶▶주말에도 당신과 함께, 한겨레 S-레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