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문제 터지기 전부터 성추문 논란 예견했다
사태후 혁신…CEO는 이란, CTO는 베트남 출신"
3월 우버 최고다양성책임자(CDO)로 임명된 이보영씨
기업가치 1200억 달러(약 135조원)로 대표적 글로벌 데카콘(자산 가치 10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우버가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자리를 만든 것은 지난해 회사가 사내 성추문, 강압적인 조직 문화, 기술 절도 등으로 큰 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였던 수잔 파울러는 지난해 2월 노골적인 성추행, 성차별이 만연한 회사 문화를 폭로했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우버의 이미지에 손상이 간 것은 물론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던 회사의 여러 사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우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성 문제를 방관하고 조장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6월 해임됐다. 우버는 최고경영자(CEO)ㆍ최고운영책임자(COO)ㆍ최고법률책임자(CLO)를 바꾼 데 이어 최고다양성책임자(CDO)로 이보영씨를 내정했다.
성추문 등으로 논란을 겪은 우버는 3월 한국계 여성인 이보영씨를 최고다양성책임자(CDO)로 임명했다. 지난 4일 방한한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계 이민자, 아시안 여성인 내가 미국 사회의 다양성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 중 이씨처럼 아시아 이민자 여성이 최고위 임원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우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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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실리콘 밸리 문화에 경종 울려
20년간 다양성 관련 업무를 맡아온 이씨는 우버에서 지난해 상반기 지난해 성추문과 폭력 등의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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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정보기술(IT) 기반의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까지 여파가 번졌다. 높은 매출과 빠른 성장 속도를 최고 기치로 삼고 있던 IT 기업들은 뒤늦게야 조직 문화를 정비하고 반성하기 시작했다.
“테크 기업, 스타트업의 많은 창업자, 기업가들은 회사가 그저 앞으로 빨리 나아가기만을 바란다. 회사를 포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중에 없다. 조직 문화라는 것은 그저 자연히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조직 문화는 창업자의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다.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회사들이 더 많은 투자를 받고 더 많은 성공을 거둔다. 자연히 남성 중심의 문화가 여성 및 소수를 배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씨는 “만약 트래비스 칼라닉이 우버 창업 초부터 다양성과 관련한 조직을 만들었다면 이렇게 힘들게 뒤늦게 문화를 고치지 않았어도 될 것”이라며 “다양성과 포용 문화는 의도적으로 일부러 만들어야 조직 내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내재한 각종 성·인종 차별도 비슷한 부류의 문제다. 이 씨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디자인하는 대부분 전문가가 젊은 나이의 남성들"이라며 "편견을 없애고 공정하게 기술을 개발하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조직 문화·제도가 곧 사업과 매출로 연결돼"
우버의 가장 큰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운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씨는 “우버를 이용하는 손님만큼이나 운전자도 중요하다”며 “우수한 운전자들에게는 그들의 배우자, 자녀들에게까지도 지역 대학교와 연동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7월 프랑스에서는 우버 운전자가 다른 직업을 구할 때도 무료로 건강 보험 혜택을 계속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버는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다양한 의사 결정, 자문 기구를 만들었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직원 50%, 외부 전문가 50%가 참여하는 ‘다양성 자문위원회’는 분기에 한 번씩 만나서 ‘우버가 과연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나’를 점검한다. 과거에 우버에 비판적이었던 외부 교수, 기업가들이 참여한다.
‘접근성(Accessibility) 자문위원회’는 장애인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들과 일하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우버를 이용할지, 장애인들이 모빌리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씨는 “이 같은 조직 문화와 각종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회사의 사업과 직결된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해외 사업은 큰 타격이 없었지만, 미국 내에서는 상당한 수의 손님을 잃었고, ‘우버 앱을 지우자’는 캠페인 까지 일어났다. 여성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매출, 손님이 모두 다 떨어지고 브랜드 가치도 손상됐다. 조직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우버에는 이민자·아시안·성소수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사진 우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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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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