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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번엔 신성철 찍어내기?…과기계 정권교체마다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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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지자연·생명연 원장 등 임기 못채우고 사임

뉴스1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2018.12.4/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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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과학기술계 수장들이 잇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과학기술계 기관장들의 과도한 '밀어내기' 혹은 '물갈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로부터 비위 의혹을 받고 직무정지 요청을 받은 신성철 KAIST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여부가 오는 14일 KAIST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이사회 10명 가운데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신 총장은 직분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일정기간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이날 신성철 총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의 장비 사용료 횡령'과 '제자 특혜 채용' 등에 대해 신성철 총장의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의 진실여부는 검찰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그러나 과기계 수장들이 비위 의혹으로 잇따라 사임하는 현상을 놓고 '전 정권 인사 흔들기'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그 중에서도 지난 2017년 3월 취임한 신성철 총장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총장으로 인선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인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이전에 영남대 이사를 지낼 때도 박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본인이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전 정권 인물로 꼽히는 신성철 총장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기 위해 과기정통부가 특정감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KAIST 교수진들은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며 "과기정통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 분명히 있다"면서 "과학기술계가 정권마다 반복되는 편가르기와 줄세우기를 거부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성철 총장 외에도 최근 과학기술계에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온 수장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11월20일 자리에서 물러난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KEARI) 원장이다. 하재주 원장은 임기를 1년4개월 남긴 상황이어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는 하재주 원장의 사퇴 직후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명확한 사유나 공식적 의견 표명없이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연구원장 사퇴를 집요하게 강요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외에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등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 과학기술계는 분노하고 있다. 과학기술전문가들이 모여 출범시킨 비영리단체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은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기관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줄 사퇴하는 모습은 개선돼야 할 적폐였다"면서 "과학기술계에 정치권력의 개입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풍토를 침해하고 방해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계 수장 찍어내기 등은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리학자이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출신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학기술계 수장이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고 책임져야 하지만 정권에 의한 편가르기와 줄세우기를 하는 현실은 과학기술계의 자유로운 연구풍토를 저해하는 적폐 중의 적폐"라면서 "과학기술계는 진영논리나 정치이념과는 거리가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치권력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인사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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