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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Behind 워싱턴] 백악관 비서실장: '독이 든 성배' 누가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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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 누가 마실까'

연말을 앞두고 백악관은 새로운 비서실장을 물색하느라 바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던 존 켈리 비서실장이 올해를 끝으로 물러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비서실장 후보였던 닉 에이어스가 고심끝에 지난 9일 그 직을 고사하자 백악관의 '비서실장 찾기'가 다시 시작됐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 수십년간 워싱턴 정계에서 가장 선망하는 자리였다. 비서실장을 거치면 다른 영향력 있는 자리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워싱턴 로열티로 가는 티켓'으로 불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램 이매뉴얼의 경우 임기를 마친 뒤 시카고 시장으로 갔고, 빌 클린턴 행정부 하에서 같은 직을 맡았던 리언 패네타는 중앙정보부(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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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AP연합뉴스


에이어스의 측근들에 따르면 젊고 야망있는 30대 정치인인 에이어스 역시 '언젠가 공직에 출마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어 비서실장 자리에 욕심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젊은 나이에 비해 그동안 선거 현장에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온 선거 전문가 출신인 그는 켈리 비서실장과 대립해온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 보좌관의 전폭적 지원 역시 받으면서 유력한 차기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로 그는 지난 수개월간 비서실장 자리에 가는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은밀히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최종 결정만을 앞둔 상황에서 지난 9일 저녁 트위터에 "연말까지 백악관을 떠날 것이다. 세 쌍둥이와 함께 조지아주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며 비서실장 자리를 포기했다. 이유가 뭘까.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극한 직업'이다. '고삐 풀린'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자 백악관 내 막강한 권력인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상대해야 한다. 대통령 곁에서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서열 1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쌓았던 명성이 와르르 무너지며 비참하게 ?겨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트럼프 행정부 하의 백악관 비서실장들은 모두 후자에 해당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레인스 프리버스는 백악관 권력암투에 휘말리면서 6개월만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트윗 해고'를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에 시달리던 2대 비서실장 켈리는 1년 5개월만에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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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레인스 프리버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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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대 백악관 비서실장 존 켈리.AP연합뉴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비서실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에이어스도 이같은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까지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2년직의 비서실장을 희망했지만 에이어스는 내년 3월 정도까지 3∼4개월가량 '임시직'을 맡는 것 이상은 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 두 사람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료들은 에이어스가 임시직을 요구한 것은 '자기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서실장으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부담을 덜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후임 비서실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어스가 물러서면서 백악관은 재빨리 다른 후보를 물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백악관의 비서실장 찾기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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