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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실패했던 북핵협상 '이번엔 다르다'…조명균이 밝힌 3가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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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the300]北 주민 경제개선 욕구↑→체제안정 필요한 김정은, 비핵화 유인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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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18 운영·상임위원회 합동회의에 참석해 남북관계 현황과 향후 추진계획과 관련한 정부측 보고를 하고 있다. 2018.12.11. 20hwa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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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올해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과 이전 협상들의 차이점을 3가지로 요약했다. 핵심은 북한 사회가 변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체제보장이 절실해졌으며, 이 체제보장이 미국과의 핵협상에 공식적으로 연동됐다는 점이다.

◇90년대 이후 북핵 협상은 실패…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조명균 장관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018 운영·상임위원회 합동회의' 강연에서 강조한 대목은 현재 북미가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이 이전과 다른 긍정적인 가능성들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북미 비핵화 협상은 1990년대부터 지속됐지만 6자회담 등 다자 차원의 합의는 실패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못냈다"고 전제하며 현재 협상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조 장관에 따르면 지금 진행 중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차별점 3가지 중 첫번째는 지도자들 차원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고, 이들의 북핵 문제 해결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지도자들의 의지가 강하다 보니 탑다운 방식으로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북한처럼 지도자가 모두 결정하는 의사 결정 체제를 감안할 때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는 "미국의 경우에도 그 동안 북핵 문제를 방치한 측면이 있다고 할 정도의 상태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하고 있는 점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이어 "지금 북핵 문제가 과거와 다른 두번째 대목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함께 북한 체제안전보장 문제가 같이 북미간 의제로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조 장관은 "특히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북이 요구하는 게 함께 논의될 수 있는 식으로 비핵화 협상 의제세팅이 됐고, 과거와 비교해 협상을 통해 외교적으로 풀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약속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는 게 센토사 합의문에 있다"며 "이 대목이 센토사 합의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북미는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전쟁포로 및 실종자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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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6.16.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경제·체제 둘다 잡아야 하는 딜레마…비핵화·체제보장 연동 협상 긍정적


체제보장과 비핵화를 연동한 게 중요한 건 김정은이 그만큼 체제보장을 절박하게 여긴다는 분석에서 기인한다. 조 장관은 "올해 세차례 북에 갔는데 2007년 후 11년만"이라며 "평양 전체 모습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북이 말로만 경제건설을 한다, 평화를 원한다는게 아닐까 의심을 하면 끝이 없다"며 "최근 북의 보여지는 것들을 위장전술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평양시민들의 표정을 보면 그냥 보여주기가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북한에는 500여 개의 장마당이 있고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의 생필품을 장마당에서 확보한다"며 "여기서 팔리는 건 중국산 제품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중국산 제품 수준이 우리보다 못하지 않다"며 "북한 주민들이 중국제품들을 직접 쓰면서 높아진 욕구와 수요가 있다. 북이 목표로 하는 건 북한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북한은 2020년에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이끌 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갖기 위해 이때까지 경제건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조 장관은 "이게 김정은의 기본적인 목표"라고 했다.

북한 주민들의 수요에 맞춘 상품을 만드는 건 북한 혼자의 노력으로는 안 되고, 개방과 개혁이 불가피하다. 이런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혁 개방은 체제 불안정을 더 크게 한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지도자 교체로 끝난다. 그러나 북의 딜레마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측에 흡수통일 당하잖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조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 경제건설을 위해 체제안전 보장이 대단히 중요한 게 이 때문"이라며 "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핵협상과 함께 체제 보장을 논의했다. 비핵화로 체제안전보장을 확보하려는 게 김정은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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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삼지연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산책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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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정체 근본 원인은 '오래된 불신'…韓 중재 역할 더 부각


세번째는 비핵화 해결에 남한이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 장관에 따르면 과거 남북회담에서 남측이 북에 핵문제를 꺼내면 북은 미국과 해결할 것이라며 남한이 낄게 아니라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은 물론 북한도 우리에게 북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특히 북미간 불신을 감안할 때 남한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이 불신이 북미 협상 교착의 근본적 이유라는 진단은 우리의 중재 역할을 더 부각시킨다.

조 장관은 "빨리 진척되길 바라지만 북미협상이 지체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북미간 기본적인 핵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차고 더 근본적인 건 서로 간의 불신"이라고 진단했다.

조 장관은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합의해도 합의를 제대로 지킬까하는 의구심이 있고, 반대로 북한 입장에선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했을 때 미국이 체제안전 보장을 해줄까 하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불신이 상호간 협상 진척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한국이 북미 사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 하는 게 이런 점에서 대단히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서도 "북측과 계속 협의 중이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네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북미 회담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이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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