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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사임… 정치적 압박은 세계적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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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정권과 엇박자' 파텔 총재 물러나…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개입 세계적으로 확대"]

머니투데이

즉각 사임을 발표한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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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은행들이 어느 때보다 강한 정치적 압박에 흔들리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각국 정치지도자들이 중앙은행 정책 개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기 때문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물러난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의 사례를 들며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앙은행의 역할은 대폭 강화됐다. 중앙은행은 지난 10년간 기준금리를 움직여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경기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위기가 끝나고도 중앙은행의 역할과 영향력이 거대해진 채로 남아있자 정치인들이 이러한 상황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다.

이날 파텔 RBI 총재가 정부의 정치적 압박에 물러나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내년 4~5월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 경제 성과를 내기 위해 대출 기준을 낮추고 시장에 돈을 풀라며 RBI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파텔 총재는 올 들어 루피화가 약 15% 급락하는 등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거부해왔다. RBI는 지난 6월 루피 가치 하락에 유가 상승까지 맞물리자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지난 8월 6.5%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다.

RBI가 긴축 정책 기조를 유지하자 지난 10월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파텔 총재에 서한을 보내 "11개 국책은행이 다시 중소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RBI는 정부 요구와는 반대로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했다.

모디 정권과 RBI의 갈등이 커지자 앞서 비랄 아차르치야 RBI 부총재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위협은 잠재적인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파텔 총재의 사임을 놓고 FT는 "모디 총리가 주도권 싸움에서 이겼다는 신호"라며 "중앙은행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루피화의 추가적인 매각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는 이날 1.8% 이상 떨어졌다.

인도와 같이 자본 유출에 취약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정부 개입에 더 시달리는 모습이다. 헝가리 정부는 2012년 중앙은행법 개정을 통해 개입을 정당화하고자 했으나 유럽연합과 갈등을 빚었고, 터키 정부도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라고 중앙은행에 압박을 넣었다가 자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해 "미쳤다"며 수차례 압박을 가해왔으며, 머빈 킹 전 영란은행 총재는 마크 카니 현 총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불필요하게 정부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구람 라잔 RBI 전 총재는 "사회적으로 중앙은행이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묻고 견제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갈등이 경제에 해를 끼칠지 여부는 각 나라의 개별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명한 것은 앞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인턴기자 vigi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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