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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90년대 게임광고] 1995년 192만원 보급형 PC 사양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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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1995년 192만원 보급형 PC 사양보니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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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소리 보급형 PC 광고가 실렸던 제우미디어 PC챔프 1995년 10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제우미디어 PC챔프 1995년 10월호

요즘 물가를 보면 가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경제발전의 논리에 따라 세월이 지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몇몇 품목들은 가격 상승폭이 조금 지나치다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큰 물가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는 일부 품목들을 보면 고마운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세월이 지날수록 품질은 좋아지는데 가격은 더욱 저렴해지는 제품이 있습니다. 기술발전이 빠른 전자제품, 특히 컴퓨터 종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라면 한 봉지가 200원대였고 최저시급이 1,200원이었던 23년 전, 컴퓨터 가격은 메이커의 경우 3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나름 저렴했던 조립형 PC도 200만원을 오갔습니다. 다음 광고에서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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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소리에서 95년 당시 추진한 펜티엄 PC 판매 사업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위 광고는 당시 국산 사운드카드를 생산하던 옥소리(구 삼호전자)에서 게재한 조립형 컴퓨터 판매 광고입니다. 옥소리 제품답게 옥소리 사운드카드를 기본 장착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일단 제품들을 보면 ‘윈도우 95’가 빠르게 번져 나가던 시대상을 반영해 인텔 32비트 CPU인 펜티엄 컴퓨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PC 가격만 보면 가장 저렴한 펜티엄 75 모델이 105만 원, 가장 비싼 펜티엄 133 모델이 199만 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부가세는 별도니 실제 가격은 좀 더 높게 생각해야겠죠. 특히나 ‘펜티엄 120을 3백만원 이하에 공급하는 업체는 옥소리 뿐입니다’ 라는 멘트를 보면 일반 매장이나 브랜드 제품을 사려면 훨씬 비싼 가격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을 보면 ‘킷트’ 가격이 별도로 표시돼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환상특급’ 시리즈 구성품은 잘 모르겠지만, 멀티 풀 킷트의 경우 오른쪽에 구성이 표기돼 있네요. 쉽게 말하면 옥소리 사운드카드의 MIDI 음원 재생력을 바탕으로 노래방이나 음악 작업, 비디오나 TV 재생 등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종합세트입니다. 지금은 선 몇 개만 있어도 웬만한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카드로 해결할 수 있는 기능들을, 당시에는 정가 108만 4,000 원. 할인가 69만 원에 판매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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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소리 보급형 PC 패키지 사양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 아래에 있는 보급형 PC 표에는 좀 더 자세한 사양이 나와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펜티엄 75 CPU를 바탕으로 램과 비디오카드, 하드디스크, CD롬 등을 장착하고, 모니터와 옥소리 사운드카드를 단 모델입니다. 기본적으로 CD롬 드라이브는 4배속을 지원하며, 64bit PCI S-VGA, 8MB 램, 850MB~1.27GB 하드디스크, 14~15인치 칼라 모니터 등의 스펙이 눈에 띕니다. 당시로서도 보급형 스펙이었으니 만큼 사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95년 출시됐던 대부분의 PC게임은 무리 없이 구동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3D 게임을 돌리려면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했겠지만, 95년 당시는 PC로 나온 3D 게임이 거의 없었던 시기니까요.

이렇게 해서 기본형 멀티 PC 패키지 가격은 181만 5,000원, 마이크와 모뎀, CD비전 M-Pro 등이 갖춰진 영상 PC 패키지는 192만 5,000원 입니다. 2018년 현재 최근 보급형 PC 가격의 경우 사양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당한 눈높이에서 싸게 맞추면 5~60만원 대에도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컴퓨터 가격은 이렇게 싸졌는데, 왠지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기분은 둘째 치고요.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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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뒤를 잇겠다며 나왔지만 소비자 외면을 받은 '포인세티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게임광고는 소프트라이에서 개발한 국산 RPG ‘포인세티아’ 입니다. 사실 광고만 보면 일반적인 판타지풍 RPG의 느낌이 나지만, 게임 자체가 워낙 망작이었기에 B급 광고로 분류하겠습니다.

이 게임을 개발한 소프트라이는 1994년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유통한 바 있습니다. 이 게임이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자, 소프트라이는 자신들이 직접 게임을 개발하겠다며 ‘포인세티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손노리 팀에는 보너스 100만 원만 주고 입을 씻었다는 비화도 존재합니다.

유머 포인트는 광고에서처럼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뒤를 잇는 RPG라고 호언장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노리 팀에 훨씬 못 미치는 개발력 때문인지 망작에 가까운 게임이 나왔다는 것이죠.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뭉친 용사들은 개연성 없이 픽픽 죽어버리고, 그래픽은 '어스토니시아' 시절보다 후퇴했고, 엔딩도 흐지부지. 결국 ‘포인세티아’는 처참한 실패를 겪었고, 소프트라이는 ST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꾼 후 ‘협객 붉은매’와 ‘타르타로스’ 등의 게임을 제작했으나 이마저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문을 닫았습니다. ‘게임사는 개발력’ 이라는 당연한 공식을 일찌감치 증명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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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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