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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떼까마귀 올해도 ‘까악~’ 수원 시민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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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시내·주택가 출몰, 시민·차량에 ‘분변 테러’…“날씨 상관없이 우산 챙겨”

이동 경로 예측 쉽지 않아

시, 퇴치 어려워 골머리

경향신문

11일 밤 경기 수원시 권선동 주택가 전신주와 전선에 떼까마귀가 빼곡히 앉아 있다.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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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시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권선동 일대에는 수백마리의 떼까마귀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다. 2016년 겨울 처음 나타나 수원시 하늘을 까맣게 뒤덮었던 떼까마귀가 지난해에 이어 올겨울에 또다시 출몰했다.

겨울철 불청객인 떼까마귀는 골칫거리다. 해가 질 녁이면 수백마리가 주택가나 시내로 몰려들어 밤새 “까악까악” 큰소리로 울어대고 배설물을 마구 뿌려대고 있다. 시내 도로 곳곳은 까마귀 배설물 천지다. 떼까마귀들이 내려앉는 전신주나 전선 밑에 주차된 차량은 ‘분변 테러’를 당하기 일쑤다. 유동 인구가 많은 팔달구 인계동에는 까마귀 배설물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데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시민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정도다.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은 커지고 있다. 김모씨(45)는 “주차된 차량이 까마귀 배설물로 뒤덮여 있어 불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밤에는 까마귀 울음소리 때문에 아이들이 무서워 잠을 못 자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홍모씨(25)는 “까마귀가 싼 배설물을 맞아 옷을 버린 적이 있다”며 “까마귀가 극성을 부리는 겨울철이 되면 예방 차원에서 날씨와 관계없이 우산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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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마귀는 낮에는 주로 화성과 수원시 외곽 농경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해 질 녘인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도심지로 날아와 건물과 전선에 앉아 쉬곤 한다. 수원시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6년 12월∼2017년 3월까지 떼까마귀가 가장 많이 출몰한 지역은 동수원사거리(35회)다. 이어 인계사거리(15회), 나혜석거리·인계동박스(8회), 가구거리·인계주공사거리(7회), 아주대삼거리(5회)가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권선구청 인근, 곡선동 일원, 망포지하차도에도 출몰하는 등 수원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원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떼까마귀 출몰 빈도가 높은 20개소에 ‘떼까마귀 주의 현수막’을 설치하는 한편 까마귀 배설물을 청소하는 기동반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녹색 빔이 나오는 레이저 퇴치기도 구입해 까마귀를 쫓는 데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적인 ‘매’ 울음소리를 녹음해 상습 출몰지역에 방송해 쫓아내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이 자유로운 조류 특성상 떼까마귀의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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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 주차된 차량에 떼까마귀 배설물이 묻은 모습.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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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와 도시개발 등의 영향 속에 남부지방에서 월동하던 떼까마귀가 몇 해 전부터는 휴식을 취하기 편한 전선과 고층 건물 등이 많은 수원 도심으로 옮겨 온 것 같다”면서 “초식을 주로 하는 떼까마귀의 특성상 시민 공격은 없겠지만 지속적인 퇴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까마귀를 피해 다니고 안전한 곳에 주차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와 몽골, 중국 동북부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로 오는 겨울 철새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와 달리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수백마리씩 큰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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