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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음주운전 체험해보니..‘갈지자’ 그리다 앞차 들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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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설마 했는데 교통사고를 냈다. 차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을 때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 후다. 차 유리에 비친 도로의 모습이 흐릿해 눈을 몇 번이고 끔벅였다. 속으로 ‘정신 차리자’ 외치며 운전대를 잡았지만 차는 좌우로 크게 움직였다. 수차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운전을 이어갔지만, “끼익, 쿵”하고 앞차를 들이박았다. 그러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안전운전하세요”라는 안내음이 나오면서 음주운전 가상체험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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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에서 진행한 음주운전 가상체험에서 사고를 내고 말았다. 아찔한 사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11. sun90@newspim.com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가상 음주운전을 체험했다. 시뮬레이터를 통한 음주운전을 마치고 먼저 든 생각은 “가상이라 다행이다”였다. 한 번의 사고로 끝난 체험을 돌이켜보면 ‘아찔한’ 상황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선 침범부터 신호 위반, 과속까지. 실제 상황이었다면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살인마’가 됐을 것이다.

체험은 만취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2%)를 설정해 진행했다. 그러자 평소와 달리 시야가 흐려지고 반응 속도도 느려졌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지만,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마주한 신호등의 불빛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뒤늦게 빨간불인 것을 알고 차를 세우려고 했다. 이미 신호위반을 한 뒤였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이 때부터 시작된 ‘곡예운전’은 멈출 줄 몰랐다. 차는 좌우로 움직이는 운전대에 따라 S자를 크게 그렸다.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으면 중앙선을 침범했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인도를 넘었다.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를 겨우 피했다 싶어 안도하는 순간, 시야에 들어온 건 인도 위 가로수였다. 여기에 사람이 있었다면 사고를 피하지 못했을 상황이었다.

겨우 운전을 이어갔지만, 결국 신호 대기 중이던 차를 뒤에서 들이 받고 말았다. 그러자 화면이 산산조각이 났다. 시속 60km로 달리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때 서지 못했다. 깨진 화면을 보고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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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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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체험은 가상이지만 혈중알콜농도를 높게 설정할수록 운전대·브레이크 조작이 어렵고, 화면 흔들림도 심해진다. 실제 음주운전을 했을 때 겪을 수 있는 현상들이다.

임명철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가상체험은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실제로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낮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각각 21만6335건, 4185명에 달한다. 하루에 11명이 넘는 아까운 목숨이 음주운전 때문에 희생되는 것이다.

음주운전 처벌과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광진구에선 음주운전 차량이 마주 오던 경차와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60대 택시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임명철 교수는 “‘한잔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과 관대한 술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음주에 대한 생애주기별 교육이나 운전면허 취득 시 음주운전 교육 강화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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