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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터뷰] 민주연구원 본부장 "외국인근로자 유입 못 막으면 소득주도성장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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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어느 나라나 저임금 노동자는 기를 쓰고 막는다. 유럽이고 호주고 일본이고 마찬가지다. 그 결과 일본을 보면 어지간한 대도시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사람 못 구한다. 최저임금이 의미가 없다. 이러니 일본에서는 최저임금을 억지로 올릴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시장의 태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유입 제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 제기됐다.

외국인이 국내 저임금 노동시장을 잠식하다보니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해 봐야 오히려 외국인 불법 체류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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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민주연구원 교육혁신본부장<사진=김선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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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노동자 비율, 우리가 일본의 2배..저임금 노동시장 잠식

한파가 몰아친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연구원을 찾아 이범 교육혁신본부장을 만났다. 추위에 떨고 있는 우리나라 고용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방법을 물었다. 이 본부장은 서울 대치동 스타강사 출신으로 2014년에 민주연구원에 합류, 최근에는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을 자처하며 교육 외에도 다양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한 여권 내 소수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 해피엔딩이 되기 위한 유일한 카드가 외국인 유입 제한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어디에나 있으면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가 됐다. 식당을 가도 건설현장을 가도, 지방의 공장을 가도 외국인 노동자가 태반이다. 전국에 공식 체류외국인이 218만명이다. 그중 등록노동자가 100만 남짓, 미등록노동자를 더하면 15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대비 일본의 2배 정도 된다. 최근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가 꽤 증가했는데도 그렇다.

그 덕에 우리는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싸게 아파트를 올리고, 중소기업은 채산성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저소득층의 일자리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이제는 서울시내 편의점 카운터에서도 백인 점원을 만날 수 있다.

◆ 외국인 노동자,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거론 안 해

이 본부장은 이처럼 노동의 완전한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볼 때 신자유주의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80년대 하루 아침에 300만명의 불법체류자를 합법화 시켰다. 인권의식 때문이었겠나. 임금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97년 '국가부도의 날'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경제 생태계에 꾸준히 유입됐다.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7년 말 기준 약 218만 명(단기방문 외국인 포함, 법무부)이다. 10년 사이 약 2배, 15년 사이에 약 3배로 늘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국 정부는 베트남 대도시에 대해 '사실상 무비자'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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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건설이나 농업 등 단순 노동 분야에서 외국인노동자 수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200만명 언저리로 인구가 절반인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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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에는 유학생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들은 수업 대신, 인근 소도시로 일을 나간다. 얼마 전엔 베트남 출신 경상대 어학연수생 30여명이 연락을 끊겨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이들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그럼에도 어떤 정치인도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진보는 외국인 노동자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수는 외국인 노동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먹여 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소재 대학의 '가짜' 외국인 유학생 문제를 거론했다가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유학생들이 지역 상권에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인력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으면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쏟아졌다.

◆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이후 불법 체류자 42% 급증”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자꾸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범 본부장은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2016년 기준 260만명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높다"며 "2018년 기준으로는 당연히 300만명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는 다 범법자인데 정부가 행정력 동원해서 이들을 처벌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미심장한 것은 작년 6월 22만7000명이던 불법체류자가 올해 6월 32만3000명으로 1년 만에 42%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원인이었을 것이다"라며 "이 같은 현실 앞에서 대개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내국인에게나 외국인에게나 동등한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상적인 인권의 가치 기준으로 말한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은 냉정한 ‘수요-공급’의 세상에서 산다."고 지적했다.

또한 "얼마 전 한 건설노동자가 10년째 노임이 오르지 않은 게 외국인 노동자 탓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나로서는 반박할 재주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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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8일(현지시각)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의 네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부상 당한 참가자 주변에 모여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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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하는 진보진영..이범 ”트럼프 현상, 멀리 있지 않다“

이 본부장도 당장 외국인 노동자를 내보내자는 주장은 아니다. 인권 측면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산업 측면에서도 피해가 크다. 자칫 '최저임금인상 시즌2'가 될 수 있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 외국인노동자 유입 수준인지를 공론화 할 단계라고 그는 말했다.

"가장 황당한 일은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이 넘어서도록 외국인 노동자를 얼마나 받아들이는 게 좋은지에 대하여 사회적 토론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몇몇 관료들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어 왔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국민의 토론도 동의도 없이 저임금 노동시장에 외국인노동자를 대량 공급함으로써 임금 인상을 억제해온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경제 생태계의 임금 하향 압력으로 작용했음에도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조차 함구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자칫 '외국인 포비아(혐오)'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침묵하는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르펜', '트럼프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이 본부장은 말했다.

그는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조선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지만 한국당은 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입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반해 (나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진보 지식인은 진보를 글로만 배워 이런 문제를 다루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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