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
물론, 긴 시간 여러 번 입을 헹구면서 천천히 마시면 될 일이지만, 늘 우리의 밤은 짧다. 개인적인 위스키 경험과 국내외 위스키 마니아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토대로 위스키 마시는 순서를 정리해봤다.
이 많은 위스키 중에서 뭘 먼저 마실 것인가? [사진 김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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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려할 대상은 알코올 도수
하이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을 하이볼이라고 하는데, 알코올 도수는 맥주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위스키보다 알코올 도수는 훨씬 낮으면서, 위스키의 풍미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 탄산수의 톡톡 튀는 촉감이 혀를 깨워, 뒤에 마실 위스키를 준비케 하는 역할도 한다.
블렌디드 위스키 ‘화이트 호스’로 만든 하이볼. 위스키의 시작을 하이볼로 하는 것도 꽤 괜찮다. [사진 김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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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숙성에 몇 번째로 사용된 오크통인가
롱몬 1964 퍼스트 필 쉐리 혹스헤드(좌)와 롱로우 1998 리필 쉐리 벗(우). [사진 김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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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가 세컨드 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보다 오크통의 풍미가 강한 편이다. 첫 잔부터 퍼스트 필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마시면, 강한 자극을 받은 혀가 다음 위스키 맛을 느끼기 곤란해진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퍼스트 필 오크통 숙성 위스키는 마시는 순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피트향이 있는가 없는가
실제 피트 사진. 양치식물, 이끼류, 풀, 관목 등이 퇴적되어 만들어진다. [사진 김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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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피트향을 좋아한다 해도 첫 잔으로 피트향 나는 위스키는 피하자. 워낙 강렬한 향이라 마신 지 꽤 지나도 입 안에 머물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다음 위스키를 마실 때도 피트향이 관여할 것이다.
위스키를 신나게 마시고 잠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입에서 피트향이 풍긴 적도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피트향이 있는 위스키는 후반부에 마시는 걸 추천한다.
피트향 가득한 라가불린. 아주 좋아하는 위스키지만, 첫 잔으로 마시는 일은 잘 없다. [사진 김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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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렇게 위스키를 마시란 법은 없다. 여기서 설명한 세 가지는 지금까지 위스키를 마시면서 터득한 나만의 방법일 뿐이다. 누군가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퍼스트 필 오크통에서 숙성했으며,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를 처음부터 마시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에게 맞는 순서를 찾는 것. 오늘 밤도 수많은 위스키가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매체팀 대리 kim.d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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