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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노란 조끼’ 시위에 백기 든 마크롱…부유세 환원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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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저소득 은퇴자 증세 철회

노란조끼 시위, 4주 만에 정부 무릎 꿇게 해

부유세 환원 거부·대입제도 개편 요구 미완으로

안팎에서 ‘절반의 승리’ 평가 지배적



지난 한달간 불평등에 항의하며 프랑스 전역을 휩쓴 ‘노란조끼’ 시위 사태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폭 양보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부유세 환원을 제외한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저녁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로 사과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민심 무마책을 발표했다. 그는 “(시위대의 분노는) 깊고, 여러 측면에서 합법적”이라며 노란조끼 시위의 폭력성을 비난하던 태도를 바꿨다. 그는 “집회 초기 국면에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고, 주의깊지 못한 발언으로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몸을 낮췄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현재 세후 월 1185유로(약 152만원)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정부가 부담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연금 소득자에 대한 세금인 사회보장기여금 1.7% 인상도 월 2000유로 미만 소득자에 대해서는 취소했다. 또 초과근무수당 과세를 중단하고, 비과세 연말 보너스 지급을 장려하기로 했다. 앞서 마크롱 정부는 사태의 불씨가 된 내년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핵심 쟁점들 중 하나인 부유세 환원을 거부해 불씨는 여전히 남겼다. 그는 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기존 부유세를 부동산자산세로 축소 개편함으로써 사실상 부유세를 폐지했다. 1980년대 사회당 정부 때 도입된 부유세는 130만유로(약 16억7천만원)가 넘는 자산 보유자에게 부과돼 분배 정책의 중요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최근 불평등 심화 상황에서 부유세 강화가 강력히 요구되고 있으나, 마크롱 정부는 기존 부유세조차 사실상 폐지해 큰 반발을 산 것이다. 부유세 폐지는 마크롱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게 한 주요 이유다. 그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부유세 폐지는 번복하지 않고, 대신 부유층의 조세 회피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에서 지위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며 “비겁한 방법으로 우리는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고, 모든 것은 우리가 그들을 잊어버렸다고 시사하는 것 같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히 선거 개혁 및 지자체들과의 광범위한 협의에 기반한 “국민적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전역의 시장 등 지자체장들을 만나 “전례 없는 토론”을 하겠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는 시위에 나선 대중들의 요구에 국가 수반이 직접 호응한 사례다. 이에 따라 노란조끼 운동은 현대사의 대중운동 가운데 성공적인 예로 떠올랐다. 페이스북에 시위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온 지 4주 만에 노란조끼 운동은 프랑스의 사회·경제 정책을 크게 재조정했다. 특히 자신들을 대표하는 조직이나 체계적 요구 사항이 없었는데도 거둔 성과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노란조끼 운동 안팎에서는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유세 폐지가 철회되지 않고, 노란조끼 운동에 가세한 고교생들의 대입 제도 개편 요구 역시 미완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노란조끼 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뱅자맹 코시는 <프랑스2> 방송에 “이는 절반의 대책이다. 우리는 마크롱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급진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표인 장뤼크 멜랑숑은 더 많은 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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