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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짜 권양숙'은 왜 노무현 혼외자·이용섭 거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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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전 시장 '약한 고리' 공략한 듯…268차례 문자 주고받아

검찰 오늘 2차 소환

뉴스1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10일 오전 광주지검으로 출석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보이스피싱 사기범 김모씨(49.여)에게 건넨 현금의 성격과 자녀 채용청탁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2018.12.10/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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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박중재 기자,전원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며 대범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밝힌 휴대폰 통화와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보면 김씨는 윤 전 시장을 속이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22일 양 측의 첫 통화가 이뤄졌다. 김 씨는 윤 전 시장이 자신을 '권양숙 여사'로 믿게하기 위해 개인사를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가 있다' '딸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 중국 상해에서 못들어오고 있다' 는 등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절대 알려져서는 안된다"며 '가짜 가정사'를 꾸며낸 김씨는 "제가 돈이 필요하니 5억원을 보내주세요"라고 요구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 5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 온 몸이 얼어붙었다.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시장에 따르면 자신이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첫 통화를 한 뒤 4일 후인 12월26일 2억원을 송금했다. 12월29일엔 지인에게 빌린 1억원을 비서를 시켜 보냈다.

윤 전 시장이 '권양숙 사칭 사기'에 넘어가자 김씨는 더욱 대담해졌다.

1월 초 '어제 당 대표한테도 광주의 윤장현 시장을 신경쓰라고 전화했으니 시정에 신경쓰시고 힘내라', 1월 중순엔 '어제 이용섭씨와 통화했는데 제가 만류했고 알아들은 것 같다' '이번 생신 때 대통령을 조우해 (윤 시장에 대해) 얘기했다' 등의 취지로 문자를 보냈다.

이같은 문자를 받는 동안 윤 전 시장은 1월5일 1억, 1월31일 5000만원을 추가입금했다.

12월 첫 통화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윤 전 시장의 마음을 흔들었고, 1월에는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윤 전 시장을 속인 것이다.

1월은 이용섭 당시 일자리위원회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현 광주시장)이 광주시장 출마를 검토하는 시기였다. 광주시장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질주한 이 부위원장이 지방선거에 불출마했을 경우 윤 전 시장이 당의 공천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김씨에게 4차례에 걸쳐 보낸 4억5000만원 가운데 3억5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은 윤 전 시장은 '형편이 어렵다.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문자도 보냈다.

윤 전 시장과 김씨는 10월말까지 12차례 통화(권여사 사칭 2차례)하고 268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어머니 명의 계좌로 받은 돈을 자녀 명의 계좌로 이체했고 자동차와 딸 신혼집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자신의 아들과 딸은 노 전 대통령 혼외자라고 속여 윤 전 시장의 도움을 받아 광주시 산하 공기업과 사립중학교에 취업시키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안과의사이자 시민운동가 시절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윤 전 시장의 성격이 김씨의 사기행각에 아무런 의심없이 넘어간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장현 전 시장은 전날에 이어 11일에도 검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부정 채용 청탁과 관련한 직권남용·업무 방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
be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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