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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세계인권의 날에 북한만 콕 찝어 인권제재 가한 미국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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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넘버 2 최룡해 등 정권 핵심 3명 제재 발표

미 국무부 성명, "북한의 인권 유린은 세계 최악"

비핵화 전까지 제재, 압박 강력 지속하겠다는 의지

시리아·이란·베네수엘라 등 놔두고 북한만 초점 맞춰

중앙일보

미국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인권 유린을 일삼고 있다며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사진은 제재를 알리는 미 재무부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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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인권의 날(10일)에 맞춰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제재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 정부가 '인권 유린 국가'로 북한만 콕 찝어 제재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확실한 비핵화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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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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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최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또 "최 부위원장은 당·정부·군을 통솔하는 북한의 2인자로 보인다"며 "특히 그는 검열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 권력의 중추인 노동당 안에서도 중축 역할을 맡는 곳으로, 사실상 전 주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부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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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의 넘버 2로 알려진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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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는 또 "정 국가보위상은 보위성(우리의 국정원)이 저지른 검열 활동과 인권 유린을 감독하는 역할을, 박 선전선동부장은 사상의 순수성 유지와 총괄적인 검열활동 및 억압적 정보 통제, 인민교화 등을 지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별도 자료를 통해 "정 국가보위상은 정치범 수용소의 고문과 굶기기, 강제노동, 성폭행 같은 심각한 인권 유린을 지시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고 구체적 혐의를 지적했다.

이날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늘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에 책임있는 3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며 "북한의 인권 유린은 세계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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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이날 재무부와는 별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인권 유린은 전세계 중 최악(worst)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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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가 이날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제재를 발표한 대상은 북한이 유일하다. 지난해 1월부터 미국이 인권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제재를 가한 시리아·남수단·콩고민주공화국·베네수엘라·이란 등은 이날 발표에선 제외됐다.

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인권 제재를 처음으로 가한 것은 지난 2016년 7월이다. 당시 미 정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해 "심각한 인권 유린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 내 자산동결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 북미 간 국교 관계가 없고 상호 교역이 없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제재 대상으로 삼아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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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올해 들어 세 번째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폭설을 맞으며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사진 맨왼쪽) 등 수행원 및 건설현장 관계자로 보이는 인사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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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해 1월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지난해 10월에는 정영수 노동상 등이 인권 유린과 관련해 제재를 받았다. 이번 최룡해 부위원장 등은 4번째 제재로, 지금까지 제재를 받은 대상은 개인 32명, 기관 13곳으로 늘어났다.

제재 담당 주무 부처인 미 재무부의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 정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 침해를 비난해왔다"며 "이번 (대북) 제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 그리고 검열과 인권침해에 대한 반대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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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가 이날 제재를 발표한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에 대한 인권 유린 내용을 설명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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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은 이번 제재 발표가 이뤄진 시점과 배경에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3명에 대한 제재 결정이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북미 협상 상황과 관련이 있는 지는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더 힐'은 "이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게 비핵화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노력(조치)"라며 "북한은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사일 기지 활동을 계속하는 등 두 정상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더 가디언은 "이번 제재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중 한 곳(북한)의 관리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지 모르지만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보다 많은 호응(greater acceptance)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분명히 상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북한에 대한 인권 제재를 않고 분위기를 깨지 않던 미 정부가 다시 인권 제재의 칼을 빼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 "이젠 가만있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최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한 제재 내용을 추가한 북한 인권유린 관련 정례보고서를 연방 상·하원에 제출했다.

2016년 2월 시행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은 국무장관이 북한의 인권유린과 내부검열에 책임있는 북한 인사들과 구체적인 행위를 파악해 180일마다 의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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