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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셀프 인상'인가, '의원 노동자의 권리’인가… ‘의원 연봉 14% 인상’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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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국회의원 연봉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 인상분이 반영돼 ‘셀프 인상’이라는 비판이 일면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일 16만명 이상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일 게시된 이 글은 ‘의원 연봉 2000만원 인상,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원 연봉 인상분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최근 해명 자료를 냈다. 청와대 게시판에 “연간 1억6000만 원대, 인상률이 14%”라고 적힌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국회 사무처는 “공무원 보수를 1.8% 올리면서 동반 상승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세비의 총액도, ‘셀프 인상’이라는 표현도 사실과 다르다” 하소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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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마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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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수당은 1억원 조금 넘어 = 연봉 액수와 인상액에 착오가 생긴 이유는 세부 내역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의원 세비는 ‘수당+활동비’로 구성된다. 2019년도 수당은 매월 평균 872만7000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일반수당 675만1000원, 관리업무수당 60만8000원, 정액급식비 13만원, 정근수당 56만 3000원, 명절휴가비 67만 5000원이다. 1년으로 합산하면 1억472만4000원이다.

2018년(1억290만원)보다 182만4000원 증가했다. ‘1.8% 증가’라는 국회 사무처의 주장은 이를 근거로 한다.

활동비는 1년에 4704만원이 책정됐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구분되는데 매달 392만원씩(입법활동비 314만원, 특별활동비 78만원)이 지급된다. 이 액수는 올해와 내년이 같다. 결국 수당과 활동비를 모두 합친 올해 의원 연봉은 1억4994만원이고, 내년은 1억5176만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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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차 본회의가 열린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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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실 경비와 혼선 = 의원 개인이 아닌 의원실에 지급되는 돈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중요한 포인트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의원별 사무실 운영비는 연 500만원 정도가 의원실 계좌로 입금된다. 차량 유지비는 연 420만원이 책정됐다.

이런 돈을 ‘의원 쌈짓돈’ 성격으로 의원의 연봉에 포함하면 연봉은 1억6000만원을 조금 넘게 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매달 국회의원이 받는 월급과 의원실로 가는 지원비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식이면 의원 연봉은 훨씬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의원실로 가는 지원비에는 유류비 항목도 있는데 연 1320만원이 별도 책정됐다.

국회 사무처는 이들 지원비가 매년 제공됐기 때문에 내년도에 특별히 증액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2019년도 의원의 총 보수는 1억5200만원 수준으로 장관급인 1억7700만원은 물론 차관급인 1억5600만원보다도 낮게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해 1억4000만원이던 의원 연봉을 2000만원 인상해 내년엔 1억6000만원이 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기존에 있던 의원실 지원비를 연봉에 포함해 상승액을 계산하는 바람에 14%라는 잘못된 인상률이 나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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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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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신의 악순환 =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세비에 대한 여론의 싸늘한 시선에 대해 “정치를 제대로 하는 모습을 못 보여주는 상황에서 세비를 인상한다고 하니 국민이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국회의원 세비는 외부기관에서 정하게 한다든지 별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국과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주기적으로 봉급 및 수당 체계를 점검하고 지출을 감시하는 기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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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세비는 때마다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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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의원 연봉을 동결했다. 자동 적용되는 공무원 평균 임금 인상률도 적용하지 않아 사실상 삭감한 것이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자동 인상률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연봉 인상이 다시 논란이 되면서 국회에선 반납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최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세비 인상분을 기부 형식으로 반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비슷한 입장이고, 바른미래당은 이미 내년도 세비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反)정치주의 정서로 인해 의원들이 제 몫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여야 의원들이 모인 술자리에선 “우리도 일하는 노동자다”, “검은돈이나 로비를 안 받으려면 현실에 맞게 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일훈ㆍ김경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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