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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 마음 속 1선발" "헬로"…골든글러브 시상식 달군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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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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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황덕연 기자] 한해 동안 진행된 야구 시즌의 대미를 장식한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될 선수는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했지만, 만담가 못지 않은 말솜씨로 좌중을 휘어잡은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언변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했다.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차지한 주인공은 기자단의 투표로 가려졌다. 올해 총 투표인단은 385명, 유효 투표수로 집계된 것은 349표로 투표율 90.6%를 기록했다.

특별상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시상된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수상자는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였다. 2루수 부문은 안치홍(KIA타이거즈)이, 3루수 부문은 허경민(두산 베어스)이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최고의 유격수로는 김하성(넥센 히어로즈)이 선정됐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외야수 부문은 김재환(두산 베어스),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이정후(넥센 히어로즈)에게 돌아갔다. 지명타자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투수와 포수는 두산의 배터리, 조쉬 린드블럼과 양의지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유니폼을 벗고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줬던 긴장감을 떨치고 한 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시상식에 임했다. 선수들은 때로는 농담을, 때로는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 만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장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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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발 치지 말라고 했다
전준우는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력한 외야수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비록 팀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전준우는 올 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33홈런 90타점 타율 0.342를 기록하며 홀로 빛났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의 팀 동료 손아섭은 "전준우의 수상 가능성은 120%"라며 호언장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전준우는 냉정했다. 전준우는 "(손)아섭이에게 설레발 치지 말라고 했다. 외야는 경쟁자가 너무 많다"라고 말하며 시상식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단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윽고 전준우는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아 수상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준우는 결과적으로 165표를 득표하며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 지금쯤 논산 훈련소에서..
올 시즌 129경기에 출전해 147안타 20홈런 84타점 타율 0.288 수비율 0.979를 마크하며 소속팀 넥센을 가을야구로 이끈 김하성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였던 그는 논산 훈련소에서 군사 훈련을 받는 중이었다.

대리 수상을 위해 넥센 홍원기 수비 코치가 나섰다. 홍 코치는 "김하성 선수는 지금 논산 훈련소에서 식사를 하고있을 것"이라는 말로 좌중을 떠들썩 하게 만든 뒤 "이 선수가 지금 입단 5년 차인데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에 대해 코치로서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 Hello
2018 KBO리그 마운드를 가장 뜨겁게 달군 투수는 조쉬 린드블럼이었다. 올 시즌 26경기에 나서 15승4패 평균자책점 2.88 승률 0.789를 기록한 린드블럼은 다승 공동 2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 부문은 1위를 기록했다. 탈삼진은 157개나 뽑아냈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은 사실상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시즌이 끝난 후 미국으로 출국한 탓에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대신 팀 동료 이영하가 나서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이 담긴 린드블럼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무난하게 수상 소감이 끝나려는 찰나, 골든글러브 시상식 진행을 맡은 염용석 아나운서가 "(수상 소감을 말할 때)영어로 했겠죠? 한국말 잘 하나요 린드블럼 선수?"라며 기습 질문을 던졌다. 이영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헬로(Hello)"라고 재치있게 대답하며 선수들, 팬들, 감독들까지 장내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 항상 제 마음 속에서는 1선발
앞서 언급한 선수들 그리고 코치가 장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면 이 선수는 좌중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올 시즌 두산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키며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의지의 이야기다.

양의지는 정규시즌 133경기 157안타 23홈런 타율 0.358을 기록하며 팀의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양의지는 유효 투표 349표 중 331표로 이번 골든글러브 투표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양의지는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은 팀 동료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한 뒤, 돌연 자신의 옛 동료 더스틴 니퍼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양의지와 니퍼트는 팬들 사이에서 '사랑의 배터리'로 불리며 오랜 기간 동안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양의지는 "오늘 아침에 니퍼트에게 영상을 받았다. 그걸 보면서 너무 눈물이 났다. 저도 니퍼트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방송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니퍼트를 응원한다. 항상 제 마음 속에는 1선발이라고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황덕연 기자 sports@stoo.com
사진=방규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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