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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른 수건 쥐어짜는 '유통'… 한푼이라도 싸게 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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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예약판매를 앞당길수록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어요. 불경기에 소비자가 더 싼 제품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고 여기에 맞추려다 보니 대형마트의 사전예약판매도 빨라지는 거죠"

설 명절이 두 달 가량 남았지만 대형마트에선 벌써부터 명절 분위기 조성과 설 성수품 판매신장을 위한 마케팅에 팔을 걷어부쳤다.

홈플러스는 6일부터 1월24일까지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전 채널을 통해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설날이 지난해보다 몇일 당겨졌지만 이걸 감안하더라도 예약판매 시작이 2017년에 비해 8일이나 빨라졌다.

이 회사는 사전예약판매 행사 기간도 49일→50일로 하루를 더 늘렸다. 300가지 상품을 내놨으며 카드결제 30%할인에 온라인 구매의 경우 추가 15%할인이 들어갈 정도도 평시 대비 파격적인 조건으로 고객을 끌고 있다.

올해 선물 트렌드 역시 밀리언셀러인 참치세트와 정관장의 강세가 예상되고 농축수산물은 5~10만원대의 '김영란법 세트'가 주종을 이룰 것이란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마트는 12월13일~1월23일까지(총 42일) 전국 153개 점포와 이마트몰을 통해 총 560여종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실시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설 예약판매보다 설날 기준 4일 더 앞당긴 시점에 사전예약판매가 시작됐고, 행사 기간도 7일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설 성수품 소매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형마트들이 사전예약판매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기를 앞당길수록 제품의 원가를 떨어트릴 수 있고 그 만큼 더 많은 제품의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마트 마케팅부서 관계자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전예약판매로 명절 선물 문화가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적인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얼리버드 고객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홈플러스는 다음달 24일까지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전 채널을 통해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실시한다. (사진=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 관계자도 "사전예약을 하면 본판매보다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형유통점들은 어떤 방법으로 얼리버드 고객에게 돌려줄 저가상품을 만들어낼까?

설날 연휴 5~6일동안 성수품을 집중 판매하는 A제조업체의 경우를 보자. 판매기간이 단 6일에 불과해 우선 준비한 제품이 다 팔리지 않아 커다란 재고발생의 부담이 있을 뿐아니라 6일동안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의 수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제품 제조에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고 일정한 마진을 남기려면 고가전략을 선택해야한다. 또한, 일정량이 재고품으로 남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의 가격을 조금 더 높게 책정해야 한다.

반대로, 사전판매로 판매기간을 마트들 처럼 10배쯤 늘리는 경우를 보면, 업체의 부담은 1/10은 아니더라도 크게 감소한다. 6일동안 판매할 물량을 60일동안 판매하면 우선 재고물량이 남을 확률이 훨씬 줄어들고 판매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판매량이 오히려 증가해 단위상품 당 마진을 떨어트리는게 가능해진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일 "예약판매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조업체가 상품 유통의 전 과정에 대한 예측이 쉬워져 제품 할인율이 커지고 이에맞춰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사전 예약판매의 가장 큰 고객은 기업이다. 불황으로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에게 대형마트의 할인판매 만큼 매력적인 구매기회는 없고, 역으로 비용적 측면에서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기업이 몰리다 보니 예약판매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는 싼 제품 구매를 원하고, 판매자는 많이 팔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지난 2,3년전부터 유통업계의 사전예약판매 시작 시점은 매년 빨라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소비자도 기업도 유통도 조금이라도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소비와 유통패턴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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