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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쌀 때 사두자" 신흥국으로 돈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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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신흥국 증시가 내년엔 날개를 달 수 있을까.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앞다퉈 "신흥국 주식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주도의 강세장이 곧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한동안 외면받았던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등으로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고, 일부 신흥국은 성장세를 이끌 펀더멘털(기초 여건) 또한 튼튼하다는 평가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도 8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신흥국 투자, 지금이 적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최근 미국 주식을 팔고 신흥 시장의 투자를 확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신흥국 주식이 가치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져서 투자 매력이 높고,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 달러 강세가 둔화할 경우 신흥국 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 시장 지수는 올해 들어 16% 가까이 떨어졌다. 터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 달러화 강세, 유가 상승,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 등이 더해져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신흥국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 대표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신흥 시장 주식이 매우 저렴해진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주장했다. 베어링자산운용 역시 "신흥 시장 기업들이 여전히 견실하다"며 "최근 신흥국 증시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인데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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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달라지면서, 신흥국 펀드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8주 연속 순유입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약 58억2000만달러(6조5679억원)가 들어왔다. 반면 내년 주식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104억9300만달러(11조8414억원)가 빠져나갔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신흥국 펀드 수익률도 최근 1개월간 0.3%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TIGER인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9.8%, 'NH아문디 Allset인도증권투자신탁(ClassA)'은 6.84%를 기록하는 등 특히 인도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다.

◇"인도·브라질·러시아에 주목하라"

모건스탠리는 2019년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비중 중립을 건너뛴 '비중 확대'로 두 단계나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IB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하고 있는 투자 지역은 브라질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다. 세 국가 모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제한적인 지역이다.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던 올 상반기 급격히 흔들렸지만, 10월 말 친시장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급등해 연초 이후 약 16% 올랐다.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브라질의 고용 및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수출이 3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진입하는 등 경제 기초 여건이 광범위하게 회복되고 있어 내년에도 유망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속에서 반사 이익을 누리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보복'을 피하기 위해 최근 인도로 생산 시설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이후 국제 유가가 30% 이상 급락한 것도 원유 순수입국인 인도에는 호재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7% 안팎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해외 투자자들이 인정하기 시작했고, 중국을 보완하는 시장으로서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히 신흥국 투자의 위험한 불씨로 남아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양국이 '휴전'을 선언했지만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체포, 중국 해커에 대한 미 당국의 사법 처리 이슈 등이 연달아 불거졌다.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전 세계 교역이 둔화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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