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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로야구 잔칫날 '승부조작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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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서 퇴출된 이태양·문우람 "승부조작 더 있다고 들어" 주장

투수 6명 실명 공개해 파문

프로야구 한 시즌을 마감하는 골든글러브상 시상식이 있던 10일, 한쪽에서 다시 승부 조작 의혹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승부 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프로야구 선수 자격을 잃은 이태양(25·전 NC 투수)이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투수 6명(1명은 방출 상태)의 실명을 거론하며 "브로커로부터 이들도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태양이 실명으로 거론한 선수 중 하나였던 한화의 A선수는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태양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프로야구는 또 한 번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태양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승부 조작 혐의로 함께 법원 유죄 판결을 받고 프로야구판에서 퇴출된 문우람(26·전 넥센 야수)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태양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문우람이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태양은 그러면서 2015년 브로커 조모씨에게 승부 조작 요청을 받았을 때 상황을 설명했다. 조씨가 투수 B의 경기 동영상을 보여주며 "얘는 원바운드 던지고 땅바닥에 던져도 아무도 의심을 안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태양은 "조씨가 승부 조작을 하는 다른 선수들도 이름을 열거했고, 직접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하는 선수 이름도 댔다"며 "(검찰은) 왜 이런 선수들은 조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씨 말만으로 이들이 승부 조작을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조씨가 이태양을 승부 조작에 끌어들이기 위해 말을 지어냈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선수는 소속팀 한화를 통해 "무고한 선수에게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명이 언급된 또 다른 선수들 소속팀인 넥센과 KT, NC도 "당시 검찰에 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선수에겐 혐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SK도 실명 거론 선수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KBO에 신속하고 명확한 사실 조사를 요청했다. 해당 선수는 구단을 통해 "승부 조작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나와 구단에 피해를 준 두 사람에게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2016년 검찰(창원지검)에 기소됐다. 이태양은 2015년부터 브로커 조모씨와 짜고 4차례 승부 조작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상무(국군체육부대) 소속이던 문우람은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하고, 브로커 조씨에게 받은 돈을 이태양에게 전달한 혐의로 군사법원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전역 후 항소했지만 2심에서 기각됐고, 대법원도 심리 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태양을 2017년 1월, 문우람을 2018년 10월 영구 실격 처분했다.

이태양은 "검찰은 나와 문우람이 브로커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공모했다고 단정 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가 문우람 계좌에서 1000만원이 인출돼 내게 전달됐다고 얘기했다. 그 거짓말에 넘어가 문우람도 (승부 조작을) 아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면서 "문우람 통장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그제야 검사에게 속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구단이 지정해준 변호사가 '문우람이 무죄라고 얘기하면 재판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내 입을 막으려 했다"며 전 소속팀 NC도 비난했다.

문우람은 이 자리에서 "저에게 씌워진 승부 조작 브로커라는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015년 첫 승부 조작(2015년 5월 29일 광주 KIA―NC전) 성공 후 브로커에게서 시계와 의류 등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았다는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문우람은 "2015년 5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팀 선배에게 야구 배트로 머리를 7차례 맞아 집에서 쉬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스포츠 에이전트라고 알고 지내던 조씨가 그 무렵 제 기분을 풀어준다며 시계 등을 사 줬다"고 말했다. 선물이 승부 조작의 대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우람은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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