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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야당] 예산안 '우여곡절 처리' 속…쪽지-실세 예산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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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내년도 정부 예산안 469조 원이 지난주 토요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정부 원안에서 5조 2000억 원을 삭감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4조 3000억 원가량을 다시 늘려 최종적으로 원안 대비 9000억 원이 줄어든 규모입니다. 여야 대치가 여전히 가팔라지는 상황인데, 고 반장 발제에서 국회 관련 속보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지난주 토요일 새벽 4시가 넘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그 어느 때보다 환했습니다.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습니다.

[문희상/국회의장 (지난 8일 / 국회 본회의) :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212인 중 찬성 168인, 반대 29인, 기권 15인으로써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번에 통과된 정부 예산안 469조 6000억 원입니다. 정부 원안보다 1조 원 가량 줄어든 규모입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원안에서 5조 2000억 원을 줄이기로 합의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증액된 액수가 4조 원이 넘다 보니 결국 최종적으로 1조 원 정도 줄어든 것입니다. 어디서 줄고 어디서 늘었는지 한번 살펴보죠.

우선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조 2000억 원 줄었습니다. 이미 민주당과 한국당 합의로 6000억 원 줄이기로 한 일자리 사업 예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교육 예산도 3000억 원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늘어난 예산 한 번 보면, 우려대로였습니다. SOC 예산 1조 2000억 원. 그러니까 보건복지고용 예산에서 깎아낸 만큼 늘렸습니다. 당장 국민 삶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복지, 고용, 교육 예산은 깎고 SOC 예산은 늘리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합의 당시 SOC 예산 확대 예고했습니다.

[김성태/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 6일) :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및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하여 2019년도 SOC예산을 확대 조정한다.]

SOC 예산 확대 배경 등을 포함해서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또 드러난 고질적인 문제들 짚어보겠습니다. 졸속심사 이야기 안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아는 그 이름 소소위. 예산안 조정소위 마지막날 회의록을 훑어봤습니다.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로 결정을 넘기자는 말 수두룩합니다. 마지막 날이니까 시간에 쫓겨서 그런가보다 싶어 이전 회의록도 살펴봤습니다.

첫날 회의록입니다. 예산안 조정소위 심사인지, 소소위 심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소소위로 넘기자, 보류하자는 언급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그런 "논의를 소소위에 가서 하시라 그 말이에요.", "이것은 보류로 해서 소소위에서…", "보류로 다 소소위에서 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소소위 심사를 당연시 하면서 예산안 심사를 시작하는 것 진짜 문제입니다.

졸속 심사의 또 다른 단면, 전문성입니다. 회의록 내용 일부 발췌해서 재구성한 토의 내용 잠깐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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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원 (음성대역) : 5억 드릴 테니까 이 2억5000만 원은 그 5억원에서 그냥 떼어 주세요. 차관, 오케이?]

[A차관 (음성대역) : 사실은 꼭 필요한 것인데, 의원님이 그렇게 말하시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B의원 (음성대역) : 그러면 우리(국회)가 지원해줘요, 차관님?]

[C의원 (음성대역) : 좀 아껴서 쓰면 되지. 좀 아껴서 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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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장에서 물건 가격 흥정하는 듯한 모습. 회의록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470조 원이나 되는 예산안의 규모도 규모지만 세부 사업들. 전문성이 없으면 자세히 알기 어려운 것들도 많습니다. 이것을 의원들 16명이 단 열흘 남짓 동안 결정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리고 민원예산, 쪽지예산 문제입니다. 매년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올해도 어김없이 대폭 증액됐습니다. 지난 주말, 그리고 오늘 언론 기사 제목들입니다. 여러 보도를 종합해보면 증액된 SOC 예산 상당수가 실세 의원들 지역구 예산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부분은 들어가서 좀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예산안 심사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이렇게 밀실심사, 졸속심사, 민원예산, 쪽지예산 반복할 것인지 정말 걱정됩니다. 아무튼 이렇게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후폭풍이 큽니다. 야 3당 반발 분위기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예산안 표결에도 불참한 야 3당. 대신 예산안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섰습니다.

[김관영/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지난 8일 / 국회 본회의) :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예산안 처리에 앞서 비록 늦은 시간이지만 저는 이 순간 본회의를 잠시 멈추고 여야 간 선거제도의 개혁에 대한 대강의 합의를 꼭 마무리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장병완/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지난 8일 / 국회 본회의) : 민주당과 한국당, 거대양당은 그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을 지속적으로 누릴 욕심으로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습니다. }

[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 (지난 8일 / 국회 본회의) : 긴 여정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약칭으로 '더불어한국당' 의총을 성사시킨 것에 대해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드립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역사를 쓰신 분들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오늘로 닷새째 단식 농성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가 농성장을 위로 방문했지만 항의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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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건강 생각하셔야죠.]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어제) : 건강 망치자고 단식하는 거지 무슨 건강을 생각해. 건강을 생각하면 계속 먹어야죠.]

[김병준/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 지금 정개특위가 돌아가고 있는데…]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 (어제) : 정개특위가 뭘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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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 논의를 시작을 하자고요.]

[이정미/정의당 대표 : 그런데 시작이 아니라 언제까지, 어떻게라는 얘기가 나와야 합니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 : 선거구 협상은 대단히 복잡한 협상이라서 충분히 논의를 해야 돼요.]

[이정미/정의당 대표 : 대표님, 근데요. 그게 모든 의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라는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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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인 당 대표들의 차가운 반응. 향후 정국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좀 더 해보죠.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손학규·이정미 단식 닷새째…예산안 처리 후폭풍 >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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