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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필리핀의 한국산 쓰레기 5100t…“흉측하고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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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생활 폐기물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한국 상표의 이름이 선명하게 보인다. |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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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수입된 한국산 쓰레기 5100t이 아직까지 한국으로 반송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 지난달 21일 폐기물 반입을 위한 행정 절차를 시작했지만, 필리핀에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한국산 쓰레기는 국제 문제가 됐다 지난달 15일 필리핀 환경단체 에코웨이스트 콜리션(Eco-waste Coalition)은 플라스틱 쓰레기 불법 수출을 규탄하며 마닐라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8일에도 마닐라 케손시의 관세청 앞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한국으로 돌려보내라며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필리핀에 도착한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는 총 6500t으로 파악됐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있는 수입업체 베르데소코의 쓰레기 하치장에 5100t, 나머지 1400t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는 컨테이너 51개에 분산보관되어 있다.

필리핀 관세청에서 쓰레기 더미를 조사하면서 한국으로 반송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미 현지 언론에 여러 차례 고발하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관세청,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공조해 필리핀 불법 수출 폐기물 반입을 위한 행정 명령 절차를 시작했다.

10일 그린피스는 이번 사태 해결을 촉구하면서 현지 환경운동가가 취재한 한국산 쓰레기가 쌓여 있는 현장 상황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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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관계자가 지난 6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사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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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 압도됐다. 한글이 쓰여진 쓰레기가 가득해 놀랐다.”

프란시스코 노베다 그린피스 필리핀사무소 액션코디네이터는 지난 3~4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 떨어진 남부 민다나오섬의 베르데 소코 플라스틱 재처리 시설을 방문했다. 필리핀 수입업체 베르데 소코는 한국에서 수입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5100t을 지난 7월부터 미사미스 산타클루즈에 있는 자신들이 소유한 부지에 쌓아두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들은 4만5000㎡ 넓이의 폐플라스틱 하치장에서 간이막에 둘러싸여 그대로 방치되 있었다. 쓰레기를 담았던 흰색 비닐 천 곳곳이 터졌고, 그 사이로 폐플라스틱과 생활쓰레기가 비어져 나왔따. 찢어진 포장 비닐 사이로 생활폐기물과 밧줄, 세탁기 부품, 용기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가 축구장 6배 넓이 쓰레기장을 가득 채웠다. 노베다는 “흉측하고 역겨운 광경이 위압적일 정도”라고 전했다.

쓰레기는 낮에는 태양열에 달궈져 말랐다가 바람이 불면 잘게 부수어져 흩날렸다. 쓰레기 더미 위로 열대성 소나기가 수시로 쏟아지면서 일부는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우려까지 있다. 쓰레기를 조금만 들쳐도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에서 20~30m 떨어진 곳에는 민가가 있다. 쓰레기 가림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 노베다가 방문한 날에도 쓰레기 더미에서 아이들은 놀고 있었다. 가림막 옆 텃밭에는 농작물도 자란다. 인근 주민들은 “화물이 들어온 직후에는 역겨운 냄새가 민가까지 날아들어왔다”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온 뒤 농작물의 상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소나기가 쏟아질 때마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웅덩이가 생겨 각종 해충과 병원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커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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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관계자가 지난 6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t을 조사하고 있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는 지난 7월부터 수입업체 베르데 소코의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져 있다. |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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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더미는 물과 공기 중으로 유출될 수 있다. |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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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미사미스 오리엔탈주에 있는 베르데 소코 소유의 쓰레기 하치장에는 플라스틱 용기, 그물망 등 갖가지 폐플라스틱이 생활 쓰레기와 섞여 방치돼 있다. |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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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관세청 관계자가 압수해 컨테이너에 보관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를 지역 언론사에 공개해 취재팀이 취재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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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정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에서 처리하고 재활용 할 수 없을 정도의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근본 원인이며, 정부가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자체를 감축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배문규의 에코와치]필리핀의 ‘한국산’ 쓰레기 5100톤, 중국 플라스틱 수입 금지 나비효과?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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