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주꾸미가 돌아왔다…어선마다 `만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보령수협 중매인인 강희도 민형수산 대표가 주꾸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올해는 주꾸미가 많이 잡혀 국내산 물량이 수입량을 추월했다. [사진 제공 = 이마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 들어온다네." 지난 6일 오후 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 어촌계 위판장. 늦은 점심식사를 마친 작업자들이 바퀴 셋짜리 밀차를 밀며 바다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빨간 깃발이 펄럭이며 소형 어선이 접안하자, 작업자가 올라타 선장과 함께 주꾸미 어망을 탈탈 털었다. 노란색 대형 작업바구니가 금세 절반가량 찼다. 아이 주먹만 한 머리를 단 주꾸미들이 긴 다리를 마구 꿈틀댔다. 선장은 "새벽 5시에 나가 7시간 정도 조업했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덜 불었다"며 "뒤에 들어오는 두 척은 더 많이 잡았다"고 말했다.

데쳐 먹고 볶아 먹는 주꾸미가 올해 풍년이다. 올해 처음으로 금어기를 만들었는데, 여름 석 달 금어기를 마치고서도 주꾸미가 꾸준히 잡힌다. 올해는 국산 주꾸미가 많이 나와 수입량도 크게 줄었다.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주꾸미 어획량은 3204t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작년까지 1500~2100t 안팎 잡히던 것이 배로 늘었다.

국내 주꾸미 경매량의 15% 안팎을 차지하는 보령수협만 살펴봐도 늘어난 물량이 한눈에 들어온다. 작년 연간 119t이 거래됐던 보령수협은 올해 10월까지 주꾸미를 443t 팔았다. 작년의 3.7배 규모다.

이런 풍년은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주꾸미 어획량은 해마다 줄었다. 낚시를 즐기는 일반인이 바다를 찾으면서 '씨가 마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조업을 금지한 것도 무분별한 어획을 막자는 차원이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주꾸미가 많이 올라온다. 주꾸미는 수심 50m 이내 얕은 연안에 살기 때문에 바람만 거세지 않으면 겨울에도 조업이 이어진다.

보령수협에서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강희도 민형수산 대표는 "올봄엔 20년 만의 대풍이라고 할 정도로 주꾸미가 많았다"며 "배가 항구에 들어오지 못해 처음으로 선상경매를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원래는 어선이 조업한 물량을 위판장에 펼쳐놓고 크기별로 나눈 후 경매한다. 하지만 워낙 주꾸미 배가 많아 대략 잡아온 물량 무게만 가늠해 '㎏당 얼마'로 가격을 매겨 바로 경매를 진행했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수협에서 많이 잡힌 물량은 냉동해 군납으로 보내기도 하는데, 올해는 관자와 주꾸미, 낙지 등도 군납 물량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을·겨울 주꾸미는 수온이 따뜻해야 잡히는 봄 알배기 주꾸미와 달리 수온이 10도 미만으로 떨어져야 물량이 늘어나는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강추위가 몰아친 10일에도 전국적으로 약 10t의 주꾸미가 경매됐다.

매일경제

국산 주꾸미가 돌아오면서 수입량은 급감했다. 올해 우리나라 가까운 바다에서 잡힌 주꾸미는 3204t으로, 올해 10월 누적 수입량(2115t)을 추월했다. 작년보다 수입량은 500t 이상 줄었다. 최근 4년간 국내 주꾸미 어획량이 수입량을 제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산 물량이 늘자 이마트에서는 지난 11월 '블랙이오' 할인행사에서 일주일간 국산 생주꾸미를 100g당 1680원에 판매했다. 수입산 주꾸미(2080원)보다 가격을 내리면서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10배 뛰었다.

올해 주꾸미가 늘어난 이유로는 '해거리'와 '금어기'가 꼽힌다. 수산물도 농작물처럼 3~4년 만에 한 번씩 작황이 크게 요동친다는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주꾸미 양이 적었고, 금어기 기간 어획량이 줄어 어족자원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오르는 것도 이유로 작용한다. 이상훈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주꾸미와 고등어,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 어획량이 증가했다"며 "기후변화를 포함해 여러 가지 이유로 근해에서 잡히는 수산 자원이 계속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 =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