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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4주째 佛 '노란 조끼' 성난 시위…왜 프랑스 폭력 시위는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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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노란 조끼'를 입은 시민들이 지난 주말 파리, 리옹, 마르세유 등 전국에서 네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파리의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 등지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하거나 방화와 약탈을 일삼으며 130여 명이 다치고 천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당국자들은 진압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가 파리에서 1주일 전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했다고 말합니다. 파리의 시위대는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건물 유리창을 부수며 바리케이드를 불태웠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에펠탑 등 관광 명소를 폐쇄했고, 많은 상점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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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노란 조끼의 집회 규모는 파리 8천 명 등 전국적으로 총 12만 5천여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당국은 전국적으로 8만 9천 명의 경찰을 집회 경비에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파업과 시위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잦은 파업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4월에도 한해 7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하루 문을 닫았습니다. 에펠탑을 관리하는 파리시의 공기업이 파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라디오 프랑스'도 구조조정에 반대해 한 달 동안 음악만 내보내며 최장기 방송 파업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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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관제사 노조와 철도 노조, 그리고 보건 노조, 교원 노조 등이 파업을 벌였고 시위도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공공 노조가 잇달아 파업에 들어간 원인은 재정 긴축에 따른 구조조정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재정 적자가 계속된 프랑스는 유럽연합으로부터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줄이라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3년 동안 65조 원 규모의 지출을 줄였습니다.

재정적자가 심하다 보니 프랑스에서는 연금 생활자들의 불안감도 큽니다. 프랑스인들은 60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해 유럽 국가들 중 연금을 받는 기간이 가장 깁니다. 여기에 연금 재정을 분담해야 할 청년세대의 실업률까지 높아지면서 연금 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1993년부터 연금 개혁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부분적인 수정에 그쳤을 뿐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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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랑스는 이렇게 갈등이 되풀이될까요? SBS의 제13차 미래 한국 리포트에 따르면 정부의 정책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효율성과 보편적인 복지와 공공선을 증진시키는 공익성이 좋아야 합니다. 또 정책운용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인 조정성과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인 실행성이 필요합니다.

결국 정부의 정책역량은 효율성, 공익성, 조정성, 실행성 등 네 가지 속성들이 조화롭게 구현돼야 합니다. SBS와 서울대 사회발전 연구소는 OECD 국가들의 정책역량을 비교한 결과, 프랑스 정부의 실행성은 비교대상 31개 나라 가운데 10번째고 공익성은 14위였습니다. 반면 효율성은 28위, 조정성은 27위에 그쳤습니다.

이런 분석 결과로 볼 때, 프랑스 정부는 유류세 인상처럼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노동이나 복지 같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개혁을 시도하면서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의회는 중재 역할을 못했고, 갈등은 격렬한 시위와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재정적자가 악화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투자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프랑스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주 중 마크롱 대통령의 중대 발표가 프랑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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